MY FIRST

나의 첫 영화 연출기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언프리티 영미> 제작기

이영미|영화감독 / 2020-02-20


‘처음’이란 말은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설렘이기도 두려움이기도 한 그것! 우리가 사랑하는 여성 감독들의 처음은 어땠을까요? 여전히 두근두근 소중한 기억일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부끄러움의 시간일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감독들이 직접 들려주는 ‘나의 첫 영화 연출기’를! 영화제작 과정부터 우당탕탕 좌충우돌, 따뜻한 메시지까지 < MY FIRST >에서 만나보세요!
이영미 감독 필모그래피
2018  <언프리티 영미> 연출

<언프리티 영미> 이영미 감독 ©이영미 감독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계기
대학교에 처음 와서 5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잃어버린 강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어요. 나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하므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담기 위한 고민을 했습니다. 원래는 막연히 ‘영상 작업을 하고 싶다’는 꿈만 갖고 있었죠.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찍다 보니 저는 제 안의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수단으로 다큐멘터리가 적절하다고 느꼈어요. <언프리티 영미>도 외모 콤플렉스로 고통받고 있는 저의 마음을 헤아리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언프리티 영미> 이영미 감독 ©이영미 감독

제작과정
대학교 2학년 수업 중에 참여 관찰 수업이 있었어요. 참여 관찰이란 관찰자가 조사 대상 집단에 참여하여 실제적인 행위를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저를 참여 관찰하기로 했어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과거와 현재를 관찰하면서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영향을 알아보기로 했죠. 그런데 선생님께서 그것보다 저의 마음과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래서 제 일상과 마음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쌩얼’로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아침에 준비하고 화장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도 진행했어요. 이런 자료들이 <언프리티 영미>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다큐멘터리 기획을 구체화하고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기획하면서 랩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랩 선생님께 찾아가 부랴부랴 랩을 배우면서 가사도 직접 썼습니다. 기획과 동시에 촬영하고 촬영을 하자마자 편집을 시작했습니다. 편집과정에서 계속 구성이 바뀌어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한 학기 안에 끝내야 했기 때문에 마음도 많이 촉박했습니다. 하지만 끝을 정해뒀기에 더 집중해서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이 모든 과정 내내 가장 중요했던 건 제 감정과 마음을 헤아리는 거였어요. ‘과거의 나는 왜 그랬을까?’ ‘현재의 나는 어떤 마음인 걸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언프리티 영미> 이영미 감독 ©이영미 감독

랩을 선택한 이유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가 유행해서 랩이 친숙했죠. 반에서 애들이랑 영상을 보면서 막 따라 하고 그랬거든요. 고등학교 축제 때 친구들이랑 랩으로 공연도 했었습니다. 래퍼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무대 위에서 자신 있게 하니까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동경했던 것 같아요. 제 외모를 지적하며 상처를 줬던 친구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하면 멋없으니까 랩이라는 멋진 수단을 활용하기로 한 거죠.

힘들었던 점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객관성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저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자꾸만 스스로가 너무 가엽고 안타까워 보이더라고요. 그런 감정에서 작품을 만들면 찡찡거리다가 끝날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 머물러 있지 않고 뭔가 몸부림이라도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장 자존감을 회복하고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우선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다음으로 힘들었던 건 랩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내본 래퍼 흉내가 전부라 막상 누군가의 앞에서 말 한마디 뱉는 것조차 너무 힘들더라고요.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입가에만 맴돌았어요. 선생님이 한 번 하면 별거 아니라고 해주셔서 용기 내 내뱉었는데 정말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 뒤로는 랩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라임을 맞추고 플로우를 만들었는데 좀 박치인 것 같아서 힘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셨지만요….)


<언프리티 영미> 이영미 감독(맨 왼쪽) ©이영미 감독

에피소드
뮤직비디오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준비할 때부터 어떻게 해야 자신감 넘쳐 보일지 혼자 거울 보면서 연습했어요. 거울 속 제 모습이 어색했지만, 화면 속에선 멋있어 보이고 싶었죠.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되뇌었습니다. 촬영 날에는 저랑 가장 가깝고 친한 동기 언니들이 모니터링을 해주고 연기 코치도 해줬죠. ‘남들 앞에서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언니들이 분위기를 띄워주고 눈빛이나 몸짓을 세세히 지도해줘서 ‘에라 모르겠다. 잘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화면으로 보니 멋있더라고요. 언니들 없었으면 그렇게 멋진 뮤비 장면이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언니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또 전하고 싶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학교 개인편집실에서 편집구성안을 짜는데 너무 안 풀리더라고요. 혼자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화를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통화녹음을 킨 상태였어요. 아빠는 이미 제 다큐멘터리 주제에 대해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제가 우울해하고 자존감 낮은 모습을 보이니까 속상한 마음에 답답하다고 언성을 높이셨어요. 아빠가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울어버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갑자기 우는 모습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죠. 그래서 옆 편집실에 있는 동기 언니들한테 가서 카메라를 들이밀었습니다. 언니들은 황당해했지만 제가 왜 우는지 이야기하는 걸 촬영해줬어요. 결국 이 장면과 아버지와의 통화녹음은 <언프리티 영미>를 완성하는데 정말 주옥같은 자료가 되었습니다. 


<언프리티 영미> 스틸컷

영화를 만들고 난 후 달라진 점
‘아침에 화장할 거냐. 잠을 더 잘 거냐’ 물으면 요즘은 잠을 더 자는 쪽을 선택해요. 예전에는 매일 화장을 꼬박꼬박했었거든요. 지금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할 때만 화장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납니다. 그리고 지하철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니려고 노력해요. 예전엔 많은 사람의 시선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다시 안 볼 사람인데 괜히 신경 쓰고 스트레스받으면 제 손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당당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인을 꿈꾸는 여성 분들을 위한 응원의 말
여러분의 이야기는 작고 연약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용기 있게 꺼내 영화로 만든다면 많은 사람의 공감과 응원을 거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단단한 이야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그 날까지 저도 열심히 기록하고 담겠습니다. 모두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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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영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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