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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해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살아가는 일

<코>

정다희

우리에겐 폭력 피해자의 나약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서사가 필요하다. <코>의 장면들에서 한나는 뿌리치고 말하고 당황하고 분노하고 연결된다. 한나는 나약하지 않고, 나약해서 피해자가 된 것도 아니다. 어떤 관계에서는/어떤 젠더에게는/어떤 상황에서는 ‘폭력적으로 행동해도 된다’는 각본이 갑작스레 한나를 피해자의 위치에 놓았을 뿐이다.

언니들이 죽을 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한 (척한) 그 이유에 대해

<언니가 죽었다>

정다희

우리는 어떤 날은 언니가 되어, 그리고 동생이 되어, 하지만 서로에게 기대어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질문을 이어나갈 것이다. 세상이 말하는 정의와, 해야 할 일을 성취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면, 그것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이 삶의 방향이 아니라면, 그럼 함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빛>

김승희|영화감독

그 시절 친구 관계는 부모님, 선생님들이 이해 못 하는 감정들이 얽혀있고 단순하게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있다. 그래서 그런지 <빛>을 보고 나면 단순히 ‘그땐 그랬지’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그때의 친구들과 함께 얼기설기 엮인 감정들이 끌려 올라온다.

사랑도 액션도 물 흐르듯이

<아토믹 블론드>

장영선|영화감독

다양한 장르의 대중영화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퀴어가 등장하고 그들의 사랑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영화들이 많아진다면 나는 더 이상 ‘퀴어영화’라는 장르에 의문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직 이름이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크랙>

장영선|영화감독

우리는 학창시절에,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생성된 감정들의 흐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그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상처를 딛고 살아남은 혜원이들에게

< K대_OO닮음_93년생.avi >

루나

성범죄가 조심해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이라면 세상에는 성범죄가 없어야 한다. 성범죄가 조심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면 왜 여성에 대한 성범죄율만 압도적으로 높은 것인가? 여성은 살아 숨 쉬는 동안 매일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서도, 믿고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그 순간까지도. 얼마나 더 조심해야 하는 걸까?

걷고 싶어 걷고, 행복하고 싶어 행복을 찾을 뿐

<옆길>

최민아

행복은 누구의 것인지, 나와 너는 무엇으로 행복한지, 끊임없이 말을 건네며 걸어 나간다. 이는 서로 간의 질의응답이기도 하고, 어떤 이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은 어마어마한 게 아니라는 이들의 말처럼, 일상에서 가져온 솔직한 감정을 캐치볼처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따라가며 우리는 한 번쯤 자신에게 그 질문을 던져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의 정체는 무엇인지, 나는 행복한지, 우리는 행복을 원하는지.

신화의 전복과 파괴

< The Genesis >

김승희|영화감독

< The Genesis >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여성형의 신이 낳는 행위로 세상을 창조하고, 자녀를 낳아 가문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로 세상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임채린 감독은 이 작품에서 자궁 또는 내부에서 외부로 나오는 탄생의 공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녀의 고민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잘 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

장영선|영화감독

그레이가 용기 내 방문한 레즈비언 바에서 줄리아를 만났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 헤더 그레이엄은 물론이고 레이첼 쉘리, 브리짓 모나한까지. 퀴어 영화에 지체 없이 출연하여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여성 배우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무명의 자국을 기억하고 말하는 방법

<옥상자국>

최민아

영화의 첫머리에서 감독은 말한다. ‘모든 시간은 지나간다. 지나간 시간 중에는 기억되지 못하는 시간도 있다.’ 무명의 자국을 어떻게 기억하고 말해야 할지 다시금 이 질문을 떠올리며, 일상과 역사가 무관하거나 나와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달아 나가야 한다. 이로부터 기억의 복원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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