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읽다

[WDN 여성감독 작업노트] 이상한 영화나라, 20년 차 토끼굴 탐험가

<인간 불화적 랩소디> 김숙현 감독

퍼플레이 / 2024-11-29



여성감독네트워크 WDN에서 지난 11월 9일 케이스 스터디 <여성감독 작업노트>를 진행했습니다. 감독의 발표 이후 대담과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생생한 제작 스토리와 실질적인 꿀팁을 나눴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퍼플레이의 협력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함께 만나보시죠 :)
<여성감독 작업노트: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영화만들기 A-Z>
-일시: 2024.11.9.(토) 오후 1~5시
-장소: 신촌 스페이스유엠
-발표: 김숙현 감독
-모더레이터: 이원우 감독


이상한 영화나라, 20년 차 토끼굴 탐험가 : 김숙현
앨리스가 커튼을 열면 보이는 ‘빨’이라는 글자가 있다. 이걸로 작업을 시작했다. 글자로 작업을 하다니. 그때부터 나는 이상한 징후가 보였던 것 같다. ‘빨’이라는 글자가 주는 감각은 야시시하고 징그럽기도 한데 미묘하게 매혹적이다. 그 글자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해 퍼포먼스까지 더한 이상한 작업을 했었다. 이렇게 나는 누가 ‘실험영화는 OO이다’라고 설명해주기 전에 그냥 내가 재밌는 걸 했고, 그게 실험영화가 된 것 같다. 차후에 실험영화가 무엇인지 공부도 하고 또 많은 작업들을 보게 되면서 (내 작업이) 흔히 얘기하는 구조주의적인 실험영화 방식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고, 마야 데런(Maya Deren) 같은 여성 작가들이 가진 여성주의적 시각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리고 2004년도에 스페이스 셀의 핸드메이드 필름 워크샵을 시작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 나갔다.

협업의 가치
꽤 많은 작업이 있는데 이것들이 사실 나 혼자 한 작업은 아니다. 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더 크로싱> 같은 경우는 이원우 감독과 함께 있었던 ‘스페이스 셀’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모두 같은 시간 내에 같은 단편을 만들어서 함께 묶어 가지고 상영을 했다. 이렇게 옴니버스 작업이나 공동 연출, 혹은 제작을 다른 사람이 해주는 식으로 많은 작업들을 혼자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년간 작업을 이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특히 2014년에서 2017년 사이가 가장 생산성이 좋았던 시기였다.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했었고, 그만큼 힘들었지만 가장 흥미진진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김숙현 감독 영화 스틸컷 ©WDN

관객과 호응하기 위한 실험영화 감독의 고민
다양하고 유연한 형식의 작업들을 흥미로워 한다. 그래서 그런 작업들이 어떤 전통에 기대어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어질 수 있는지,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 또한 시대적인 것들, 그러니까 실험적인 형식을 가지고 작업한다는 것이 때로는 동시대와 호응하지 않으면 더 많은 관객을 유실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고민한다. (웃음) 독립영화 중에서도 실험영화의 비중이 작기 때문에 동시대적인 어떤 것들과 호흡하지 않는 이상 정말 이 작가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라는 것조차 인지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의 관심사가 무엇이든 간에 어떤 시대적인 맥락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그리고 동시간에 이야기될 수 있는 것들을 내 안에서 끌어오거나,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끌어오거나, 끌어온 것들을 또 어떠한 방식으로 배치할 것이고, 어떤 플랫폼을 경유할 것인지, 그런 것들을 같이 고민하면서 이 시기에 열심히 작업을 했다.

내 안의 B급 감수성
작업에서 좀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B급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다. 충분히 다양한 작업을 해보긴 했지만, 내게는 약간의 B급 감수성이 있다. 그래서 하하하- 하고 웃는 것이 아니라 낄낄대면서 어떤 부조리를 비웃는 것을 되게 좋아하고, 그런 작업들을 보면서 살짝 쾌감을 느끼는 악취미가 있다. (웃음) 가령 이상한 나라 앨리스 작업을 하면서 인간을 나누는 기준을 생태계 먹이사슬에 적용해서 가장 아래에 있는 나비, 개구리, 뱀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거기서 나눈 대사들을 지금 보면 진짜 변태 같다. 남의 모습을 자기 모습처럼 팍팍 찔러대기도 하고 나의 모순을 투영하기도 한 걸 보면서 (나는) 정말 정말 이상한 감성을 가졌구나, 심지어 그걸 남에게 시키다니! 라는 생각을 한다.

김숙현 감독 영화 스틸컷 ©WDN

실험영화 feel like Free Jazz
개인적으로 작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텍스트와 사운드이다. 특히 글자에서 오는 감각이 내게 큰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작업할 때 책을 많이 본다. 그 책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서 보는 게 아니라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와닿는 게 있으면 그걸 꼭 메모해 두고 거기서 받은 감각을 기억한다. 예를 들어 개념어인데 그것을 이미지로 상상하면 뭔가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단어들을 채집하고 많은 영감을 얻는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힙합에 빠져서 NAS의 고전을 좀 듣고 있다. 나는 실험영화를 음악으로 치면 프리 재즈 같다고 생각한다. 프리 재즈도 연주하는 사람과 리스너가 거의 동일인이기 때문에… (웃음) 실험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거기에서 오는 용기도 있다. 항상 내가 재밌고 즐거우니까, 그게 제일 크다. 사운드도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다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움이 있다.

작업의 출발점, 플롯 vs 아이디어
나는 사실 어떻게 보면 플롯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념적인 것에 대한 접근이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개념적인 부분도 굉장히 많이 고려한다. 영화에 어떤 요소가 들어갈 때 그게 들어가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설득이 되어야 한다. 시각적으로 드러났을 때 직관적으로 파악되는 부분, 그리고 개념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들이 감정으로까지 나아가는 게 실험영화에서는 특히 어려운 것 같다. 영화가 가진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개인적인 경험의 두께는 매 작업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아마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두께의 정도를 얼마큼 조절하느냐, 조절했을 때 잘 나오는 작업은 완벽하다고 느껴지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 조절을 잘 하는 것이 연출자(감독)가 잘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이 수많은 아이디어의 레이어를 어떻게 조합할 것이냐 그걸 걱정하고 기대한다. 항상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벌벌 떨린다. 실제로 벌벌 떤다. ‘내가 이 사람한테 저런 걸 시킨다고? 미친 거 아니야?’ 이런 온갖 생각들을 한다. 근데 그렇게 떨다가 막상 (작업이) 나오면 결국 해냈구나 하는 즐거움과 쾌감이 있다.

김숙현 감독 영화 스틸컷 ©WDN

<감정의 시대>, ‘내가 이 사람한테 저런 걸 시킨다고???’
<감정의 시대>는 사실 되게 가학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퍼포머들이 신체적으로 상당히 훈련된 분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분 30초동안 똑같은 자세로 견디게 하면서 계속 “웃어요! 웃어요!”라고 시키는 것 자체가 되게 가학적인 행위이지 않나. 그 과정에서 자아 성찰을 하면서도 또 이걸 시키고 있다는 건 뭘까? (웃음) 당시에 나는 사회과학 전공자이기도 했다. 그때 학문적으로는 감정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다루는 것이 대두되었고, 사회적으로는 감정 노동이 대두되던 시기에 관련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조혜정 작가와 임샛별 안무가와의 협업을 통해서 완성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설치 영상, 전시의 형태로도 상영했다. 그리고 임샛별 안무가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공연장에서 공연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너는, 어디에도 없을 거야> 속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테마는 언젠가 꼭 작업으로 해보고 싶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여러분들 모두가 다 별스러운 아이이지 않나? 영화를 하는 분들도 다 별스러운 아이일 것이다. 그 별스러운 아이도 결국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내가 이 작업을 할 때 30대 중반을 넘어갈 때였는데 그때 상당히 불안했다. 삶의 양식 같은 것들,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 부조리한 사회와 어떻게 엮이는지, 이 별스러운 아이는 그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생각하며 작업했다. 이때도 개념 정리들을 다 했었다. 여기서 앨리스는 어떤 사람인 거고, 무대는 어떤 의미이고, 어떤 이미지를 쓰고… 지금은 기억 안 나지만 나중에 읽어 보면 또라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웃음)

나는 실험영화보다는 아방가르드라는 용어를 더 좋아한다. <너는, 어디에도 없을거야>는 1인칭 시점을 없애고 성장하는 나를 객관화해서 보는 방식을 구현하고자 했다. 당시에 간접적인 레퍼런스로 동화책을 정말 많이 봤다. 그러면서 ‘책이 나를 보고, 책이 우리의 세계를 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작업했다. 사실 나는 이 작업이 극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아방가르드 극영화. 그래서 (앞서 함께 본 영상에서) 앞부분이 많이 삭제되긴 했지만, 앞부분에 주인공이 학원 뺑뺑이를 하고 마지막에 리듬 체조 학원에 가서 토끼를 만난다. 그러니까 이게 한국의 실제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거다. 이 작업은 영진위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아서 설치 영상으로 상영도 하고, 퍼포먼스도 한 다원 프로젝트로 실행했다.

김숙현 감독 영화 스틸컷 ©WDN

이원우 X 김숙현 감독 대담 및 질의응답

이원우
감독님처럼 실험영화 감독들은 꼭 자기 영화가 엄밀히 말하면 실험영화가 아니라고들 말하는 것 같다. (웃음) 생각해보면 실험영화의 역사는 영화의 역사와 같이 시작되어서 영화의 최첨단 기술은 항상 실험영화에서 먼저 시도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실험영화의 입지는 좁고 마이너한 장르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영화는 가늘고 길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라는 것은 어쩌면 되게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예술인데, 우리 실험영화 감독들은 어떤 장르의 감독보다도 자신의 작업을 대외적으로 설명하고 계속 말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동화나 만화 등을 통해서 서사의 기본적인 구조를 체화하면서 자라지 않나. 감독님도 그동안 많은 서사 영화들을 봐왔을 텐데 그런 기본적인 서사를 해체한 형식을 번번이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숙현
그건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작업을 할 때 플롯으로 생각하는 것과 아이디어로 생각한다고 했었는데, 고다르 인터뷰집에서도 그게 하나의 꼭지로 나온다. 그 장에서 어떤 미국 평론가가 고다르는 플롯이 아니라 아이디어로부터 작업하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고다르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데, 나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입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앞서 ‘빨’이라는 단어의 모양, 형태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는 게 되게 이상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담고 있다고 보고, 그런 게 서사와 맞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험적인 것들로 관심이 확장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원우 감독(왼쪽)과 김숙현 감독 ©WDN

이원우
감독님의 작품들 중에 ‘파운드 푸티지’가 굉장히 중요한 기법으로 사용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 형식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 저작권에 대한 고민도 있을 거고, 실험영화가 비록 마이너한 장르이지만 영화의 역사에서 늘 함께해 온 것처럼 ‘파운드 푸티지’도 지금까지 지속성 있게 존재해온 형식 중 하나인데, 어떤 기준과 방식을 가지고 작업하는지 궁금하다.

김숙현
실험영화사에서 부르스 코너(Bruce Conner)라는 감독이 있는데, 그분이 파운드 푸티지 작업을 제일 먼저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까 말씀처럼 새로운 형식을 가장 먼저 시도해보는 측면은 실험영화사로부터 배울 점이라고 본다. 파운드 푸티지 형식은 뒤샹(Duchamp)의 ‘샘’처럼 기성품에 작가의 의도를 담아서 그것이 새로운 의미를 가진 예술 작품이 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근데 최근에 실험영화제 등을 보면 파운드 푸티지 작업에 이제 그런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 같다. 누가 먼저 진기한 자료를 먼저 가져오는가 이런 식의 경쟁이 된 듯한 인상을 받아서 아쉬웠다. 그보다는 파운드 푸티지가 가진 시대적인 맥락이나 기표를 내 작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좋은 작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앨리스를 없애기 위해 앨리스 푸티지를 사용했던 것처럼 말이다. 요즘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유튜브에 재밌고 신기한 자료들이 흘러 넘친다. 이런 때일수록 푸티지 선정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저작권 문제는 개인적으로 전혀 개의치 않고 다운받아서 사용했던 시절이었다. (웃음) 2016년인가 17년인가 이때만 하더라도 비상업적 목적 사용으로 영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없었다. 또 그만큼 유튜브에 자료로 많이 있었다. 지금 이렇게 하면 나는 철컹철컹 되는가? (웃음) 아무튼 당시에 해외 블로거 중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작업한 전 세계 작품들의 목록을 수집해 놓은 엄청난 블로그가 있었다. 그 목록을 열심히 참조했다.

김숙현 감독 ©WDN

이원우 
아까 작업할 때 책을 많이 보고 개념 노트를 쓴다고 했는데, 그런 습관 외에도 작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

김숙현
협업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주변에 작업하는 사람들과 나의 성향이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는데,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목표 아래에서는 그래도 뭔가를 해낼 수 있지 않나. 나는 초기작을 할 때만 해도 프리미어를 켜고 끌 줄 몰랐다. 근데 친구들과 그냥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었다. 스페이스 셀에서도 친구들을 만났었고 그 친구들의 주변에 있으면서 또 경험을 쌓아 나간 것이 굉장한 시너지였던 것 같다. 혼자 하는 작업을 하지만 계속 나의 외부적인 자극들에 예민하고 그들과 네트워킹을 하면서 친해지는 것 이상으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영진위 지원금만 보지 말고 (웃음) 서울문화재단의 경우에는 다원 예술이 있어서 형식적으로 뭔가 더 확장해서 할 수 있지 않나. 예술문화재단이나 예술복지재단 같은 곳들을 정말 잘 활용해야 한다. 지원금이 적으면 그 적은 예산 안에서 또 할 수 있는 게 생긴다.

현장 사진 ©WDN

질문자1
실험영화와 아방가르드 영화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실험영화가 지금까지 해온 실험이라는 게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김숙현
사실 용어적인 정의를 내리는 건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이다. 어떤 게 극영화냐 다큐멘터리냐 논하는 것만큼 논쟁적인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흔히 말하는 실험영화는 필름의 물성 혹은 매체 자체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여전히 디지털과 필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촬영이라는 행위 자체 혹은 영화적인 형식에 대한 탐구가 작품으로 나온다. 이런 관점이 전통적인 실험영화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마이클 스노우(Michael Snow)의 구조영화가 떠오른다. 반면 아방가르드 영화를 생각하면 제르멘 뒬락(Germaine Dulac)이나 마야 데런의 영화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야 데런의 영화는 서사가 있지만 되게 분절되어 있고, 이미지와 사운드가 더 부각된다. 나는 그런 점에 매료되었다. 데런의 영화는 전통적인 실험영화에 비해 서사가 있고 목소리도 많이 등장하거나 굉장히 엄격한 형식을 탐구하는 등의 스펙트럼이 넓게 나타난다. 매체 실험에 국한하는 전자의 형식은 어떤 주류 백인 남성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조금 빗나간 후자의 형식이 내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런 작업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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