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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다

[퍼플레이 밋업데이] 이영음: 영화부터 뮤비까지

퍼플레이 / 2024-07-11


‘퍼플레이 밋업데이’에서는 여성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경험과 실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그들의 노하우와 꿀팁이 궁금하시다면 ‘퍼플레이 밋업데이’로 오세요! 
[퍼플레이 밋업데이] 이영음: 영화부터 뮤비까지
-일시: 2024년 7월 6일(토) 오후 2시~4시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모임방5(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2길 49)
[이영음 감독]
- 영상 프로덕션 OGG VISUAL 소속
- 영화 〈까만점〉(2021) 연출
- SNP JELLIFIT 광고, 미샤 바이럴필름 외 다수 연출
- 뉴진스 ‘Bubble Gum’, 레드벨벳 ‘Chill Kill’ 뮤직비디오 외 다수 연출


<질의응답> 

-어떤 계기로 감독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아이돌 뮤직비디오 작업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일을 해오던 중에 코로나가 터져서 모든 게 홀드됐어요. 그 상황이 한 달 안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이때다 싶어 <까만점>을 찍었죠. 그리고 코로나가 어느 정도 괜찮아지면서 아이돌 콘텐츠가 많아지게 됐고, 아이돌 콘텐츠를 맡게 되면서 뮤직비디오 작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뮤직비디오 작업을 주로 하고 계신데 앞으로 개인적인 창작 활동도 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습니다. <까만점>은 제 돈으로 찍은 건데 너무 힘들었어요.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잖아요. 그렇게 개인이 모든 걸 책임지면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챙겨줄 수가 없어요. 물론 도와준다는 친구들이 많고 재밌게 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영화를 찍거나 아니면 투자를 받아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놓고 있진 않습니다. 그런데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여건이 충족돼야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요.

<퍼플레이 밋업데이> 이영음 감독 ⓒ퍼플레이

-감독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임감인 것 같아요. 완성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있잖아요. 근데 그 과정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 말이에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밤마다 울어요. 할 게 너무 많은데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이런저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책임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는 사람들끼리 매일 연락해요. (웃음) 거기서 또 연대감이 생겨서 서로 이야기하며 견디는 거죠. 

-감독의 역할과 책임이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요. 
감독의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예요. 근데 이건 역할의 문제라기보다는 책임감의 문제예요. 제가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해도 되거든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제가 져야 해요. 웬만하면 제가 직접 하는 이유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의 탓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 많고 능력이 더 좋아서 감독직을 맡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크기 때문에 감독을 하는 거라고 봐요. 이건 감독에게 한정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어떤 집단에 가더라도 헤드 위치에 있으면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러움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연스러움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디렉팅을 주시는지 궁금해요.
베이스를 어떻게 깔아놓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자연스러움은 스스로한테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아티스트와 비슷한 맥락의 캐릭터를 주기는 합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 성격대로 할 수 있게 해주고, 그 사람과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를 부여하는 거죠. <까만점> 촬영할 때도 메인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주변을 그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로 채웠어요. 내가 그들을 친하게 만드는 것보다 친한 사람들을 데려다 놓는 게 훨씬 자연스럽거든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미리 셋업을 해놓는 편입니다. 덕분에 <까만점> 현장이 편안하고, 뒤로 갈수록 더 진짜 같은 모습이 나왔던 것 같아요. 

-감독님만의 감성적인 영상이 좋아요. 감성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감성적인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지는 않는데 작업할 때 가짜처럼 안 하려고 하긴 해요.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거죠. 무언가를 만들 때 별로면 솔직하게 말하고 바꾸려고 하고요. 그리고 학창 시절은 굉장히 다크했어요. 영화를 보며 치유했던 타입이라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그래서 영화 세계관에서 사는 것 같기도 해요. 

[퍼플레이 밋업데이] 이영음: 영화부터 뮤비까지 ⓒ퍼플레이

-감독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움, 이미지와 영상의 조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궁극적으로 추구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딱히 없어요. 제 영화가 아닌 이상 사실상 클라이언트의 작업물이기 때문에 주인은 그분들인 거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하되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내가 무언가를 추구한다기보다 그들이 뭘 추구하는지 열심히 보는 거죠. 

눈길을 끄는 이미지와 영상의 조건은 뭔지 모르겠지만, 영상을 만들 때 영화가 됐건 뭐가 됐건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멋있고 돈을 들여 찍은 영상이라도 30초 보면 지루한 게 있고, 휴대폰으로 찍은 숏츠인데 재밌는 영상이 있잖아요. 저는 둘 중에 뭐가 더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후자거든요. 상업 영상이면 누군가가 보는 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미학적으로 완벽한 것과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중에 선택하라면 후자를 택할 거예요. 그래서 멋있기만 한 영상보다는 몰입하게 되는 영상을 좋아해요. 

박막례 할머니가 막장 드라마 강의를 하시는 콘텐츠가 있는데 그걸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땐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왜 등장인물 이름을 일남이, 이남이, 삼남이라고 지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른들은 특징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잘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뭘 했는지 항상 전화로 설명하잖아요. 그게 참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은 빨래하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TV를 보기 때문에 모든 걸 설명해줘야 이해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알게 된 후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세팅이 사실 타겟에 맞춰 계획된 것이었던 거죠.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시각이 달라질 수 있었어요. 

눈길을 끄는 이미지와 영상의 조건은 미학적인 것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타켓을 고민하고 만든 건 그 지점들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할 때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스트레스 받은 현장에서 찍은 것과 재밌게 찍은 건 푸티지의 에너지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퍼플레이 밋업데이> 이영음 감독 ⓒ퍼플레이

-이 일을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하신 적이 있나요?
항상 합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 빠른 변화로 인한 수혜자이기도 해서, 걱정은 항상 하지만 일 있을 때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인드로 살고 있습니다. 

-일하며 보람찼던 순간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새벽 1시 반쯤. 이게 순간이 아니에요. 그냥 간헐적으로 오는 거죠.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어요. 뿌듯할 때는 많죠. 아티스트들이 뮤직비디오 리액션하는 거 볼 때면 뿌듯해요. <까만점>은 정말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는데, 부산에서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어요. 그때 경찰관분이 오셔서 본인이 남자여서 피해자가 왔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이었고, 친구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친구들과 영화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는데 세상에 약간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그런 순간들이 에피소드로 드러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고, 포기하고 싶을 땐 자다 일어났는데 더 자고 싶을 때라든가, 뿌듯한 순간도 미팅하다가 “감독님 짱!” 이런 얘기를 들을 때예요. 엄청 사소한 것들에서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사소한 것들을 결정적인 순간들로 찍어놓으면 버티기 더 힘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런 순간이 잘 안 오거든요. 오더라도 나중에 깨닫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거기에 너무 사로잡히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뮤직비디오 감독을 하고 싶어서 조감독을 준비하며 개인 프로젝트를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획부터 편집까지 하다 보면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을 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과연 내가 의도한 것을 똑같이 느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그것을 컨트롤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객관화를 하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정말 믿는 사람한테는 편집본을 잘 안 보여줘요. 내가 생각한 게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를 그 사람에게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죠. 저는 PD님이 그 역할을 해주시는데, PD님에게는 진행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창작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요. 편집본을 봤을 때 무언가 느껴지는지 안 느껴지는지를 알기 위해 객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그런 게 있어요. 어떤 지점에 도달하면 약간 울컥하거든요. 그게 없으면 잘 안 된 거라는 개인적인 기준이 있어요. 그래서 그게 느껴질 때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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