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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다

[퍼플레이 레벨업데이] 이지민: 연출자를 위한 촬영 강의

퍼플레이 / 2024-08-09


‘퍼플레이 레벨업데이’에서는 여성 크리에이터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다 밀도 있는 강의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퍼플레이 레벨업데이] 이지민: 연출자를 위한 촬영 강의
-일시: 2024년 8월 63일(토) 오후 1시~6시
-장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트컬리지2 (서울특별시 동작구 여의대방로54길 18)
[이지민 감독]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촬영전공 졸업, 한국촬영감독조합 CGK 소속
- [장편] <오목소녀>(극영화), <식물생활>(웹드라마), <연애 강요하는 사회>(웹드라마), < Between Goodbyes >(다큐멘터리)
- [단편] <휴강>, <팔로워>(금천패션영화제 우리은행 촬영상 수상), <잃어버린 외장하드를 찾는 이상한 모험>, <여름 바다에 뜨는 가벼운 것들> 등
- [뮤직비디오] 나이트오프 ‘잠’,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갤럭시 익스프레서 ‘I don't care’, 나이트오프 ‘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 등


<질의응답>

Q. 어떻게 촬영감독이 되었나? 
A. 20살에 영화과를 갔다. 1년이 되기 전에 촬영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러다가 촬영팀에 아르바이트를 나가게 됐다. 졸업할 때쯤에는 같은 학교의 다른 과 사람들이 연출하는 작업에 저를 써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 차려보니 촬영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웃음)

Q. 예산이 한정적일 때 캐스팅, 미술, 로케이션 등 절대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카메라 장비에 어느 정도 써야 할지 논쟁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는 어떻게 잘 합의할 수 있을까?
A. 그건 엄밀히 말하면 촬영감독이 해야 하는 소통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름의 타협점을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전에 촬영감독은 이미 필요사항을 요청했을 것이고, 한정된 자원 안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는 촬영감독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정 권한은 프로덕션 자체에 있는 것 아닐까? 

Q. 그렇다면 소통 과정에서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기분 나빠하는 걸 겁내지 마라. 기분은 상할 수밖에 없다.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고, 상황 설명을 충분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최종 권한은 연출에게 있으니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촬영감독의 선택은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기분이 나쁘지만, 이 작품을 하고 싶으니까 한다’ 아니면 ‘그 장비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 그런 식으로 명확하게 관계도를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퍼플레이 레벨업데이> 이지민 촬영감독 ⓒ퍼플레이

Q. 콘티를 직접 짰어도 현장에 가면 기억이 안 나서 ‘멘붕’이었던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 가기 전에 촬영감독과 A부터 Z까지 얘기하고 가는 게 맞을까?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A. 내러티브 영화에서 줄 콘티만 갖고 작업에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그렇게 가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 다른 스태프들과의 소통도 잘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 때 이미지화하는 데 밀도 있는 시간을 써야 한다. 플랜이 미비한 상태에서 들어가면 촬영감독 개인의 역량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물론 줄 콘티를 일부러 남겨놓는 장면이 있기도 하다. 현장에서 리허설을 지켜보고 그때의 분위기에 맞춰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대화 신이나 동선이 많은 장면에서 줄 콘티만 갖고 들어가면, 줄 콘티는 글뿐이라서 아무런 도식도 전달해주지 못한다. 그럼 디테일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스태프들이 장면에 대해 이해하고, 같이 움직일 수 있게 하려면 플로어 플랜과 그림 콘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샷을 명확하게 체크할 수 있다. 플로어 플랜과 그림 콘티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보면 이미지 요소를 모두 고민할 수 있다. 그래서 애초에 무조건 그림 콘티까지 끝낸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같이 주셨는데, 연출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장면이 어땠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에 최대한 확신이 있는 대답을 해주는 거다. 내가 이 장면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세상과 어떤 연결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한다면 ‘그럼 이렇게 접근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여기 풀샷 하나 가고 얼굴 하나 가면 되지 않을까?’라고 한다면 아무것도 읽을 수 없다. 풀샷에서의 의도는 무엇인지, 얼굴을 타이트하게 가져갔을 때의 의도는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어서 혼란스럽다. 그래서 촬영감독이 연출감독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이 장면이 명확하게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두 번째로, 영상문법을 디테일하게 공부하고 싶다면 영화 한 작품을 샷 바이 샷으로 분석해보길 추천한다. 이 장면에 왜 이 대사가 쓰였는지, 어떤 의도를 위해 샷을 그렇게 배치했는지 분석하다 보면 방법론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갖게 될 수 있다. 

Q. 단편을 2개 연출했는데 그림 콘티를 혼자서 작업했다. 콘티 작업이 영화 작업의 80% 이상인 것 같더라. 그래서 이걸 나 혼자 다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촬영감독과 그림 콘티 작업을 같이 하는 게 좋을까?
A. 본인이 작업 과정을 한번 정리하고, 그것에 대해 촬영감독과 얘기하는 것은 좋다. 특정 신에 대해 연출감독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그것의 심화 버전이 직접 그림 콘티를 그려보는 것이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장면별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 부분에서는 이런 대사나 액션이 나왔으면 좋겠다 정도는 정리해보는 게 좋다. 

<퍼플레이 레벨업데이> 이지민 촬영감독 ⓒ퍼플레이

Q. 촬영감독님과 로케이션을 가서 동선을 짠 적이 있다. 그런데 로케에서는 배우의 연기가 빠져 있다 보니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면 변화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 촬영감독님은 그런 변화를 경계하는 경우가 있던데.
A. 아마 세팅을 허물고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일 거다.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 조건에 맞춰 세팅을 해놨는데 배우의 동선이 바뀌면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보통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 있다. 그런데 배우의 동선이 바뀌는 게 옳으냐 옳지 않으냐는 쉽게 단언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동선에 대해 열려 있는 편인 것 같긴 하다. 할리우드 시스템에서는 리허설 때 동선을 다 잡고 나면 무조건 합의한 대로 가야 한다. 거긴 노동 시간이 딱 정해져 있다 보니까. 그런데 그렇게 모든 것을 합의하고 가면 무조건 좋을까? 의문이긴 하지만 어찌 됐든 우리나라는 허용치가 넓다. 그게 배우의 감정을 위해서라고 얘기되는 부분이 많은데, 사실 같은 위치에 잘 서주는 것도 배우의 테크닉 중 하나이기도 한 것 같다.

Q.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느 정도 합의하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을 때 테스트 촬영을 나가기도 하잖나. 그때는 주로 뭘 해야 할까? 꼭 해야 하는 게 있다면?
A.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촬영자 입장에선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선택했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그 조합으로 찍어봤을 때 톤이 원하는 대로 나오는지 체크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의상의 채도가 세진 않은지, 디테일이 자글자글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진 않은지 화면에서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상황은 여러 경우가 있을 것 같다. 배우님까지 오실 수 있다면 조명을 썼을 때 배우님의 스킨 톤이나 질감과 잘 맞는지도 보면 좋을 것 같다. 

Q. 비전공자가 실무를 경험하고 싶은데 어디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뭐부터 해야 할까? 최종적으론 영화 연출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자본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제작 프로덕션에서 배우면서 하고 싶은 경우에는?
A. 제가 연출자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주변 친구들의 경우 독립 단편을 찍다 보면 그 생태계 안에서 인연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그 인연을 통해서 서로의 현장을 가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서 가능성이 넓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자기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단편영화 지원사업에 도전해서 최대한 작업을 많이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연출팀에 들어가는 것도 좋다. 연출과 연출팀의 업무는 엄밀하게 말하면 별개이지만 나를 위해 일하는 팀의 생리가 어떤지 알고 있다면 나중에 본인이 연출할 때 이해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연출자는 되지 말아야겠다’라는 것을 배울 수도 있고. 미디액트 영화제작 수업에서도 좋은 동료를 많이 만나시는 것 같다. 

[퍼플레이 레벨업데이] 이지민: 연출자를 위한 촬영 강의 ⓒ퍼플레이

Q. 다큐멘터리는 촬영 현장에서 즉석으로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시나리오를 쓰기보다는 대상을 팔로우업하며 소스를 최대한 많이 쌓아놓은 후에 스토리텔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경우에는 촬영감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혹은 자신만의 기준을 잡아놓는 게 있나? 
A. 그래서 저는 다큐 촬영이 내러티브 촬영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사실 지금 작업을 하고 있는데, 소스 촬영을 하면서 어떤 의도로 이 앵글을 잡을 것인지 연출과 상의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충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하고 가도 그보다 많은 변수에 대응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큰 작업 중 하나가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그래도 제가 했던 작업 중에는 주구장창 팔로우업만 해야 하는 경우는 없었다. 

제가 작업했던 작품 중 최근에 공개됐던 건 해외 입양인 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분이 한국에 오셔서 머무는 시간이 2~3주였고, 그 안에 우리의 계획이 정해져 있었다. 처음엔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제 판단으로 찍었다. 설령 의도가 어긋나더라도 다큐 촬영에서 의도를 너무 모호하게 담으면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 제 나름의 판단으로 화면을 찍어두고 나중에 중요한 의도를 갖고 가자는 방식으로 잡고 갔다. 예를 들어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일단 풀샷으로 빠졌다가 상황이 길어지면 누굴 잡아야 할까 고민된다. 감독님도 디렉션을 줄 수 없을 땐 제 판단을 믿고 간다는 느낌으로 접근했다.

<퍼플레이 레벨업데이> 이지민 촬영감독 ⓒ퍼플레이

Q. 촬영감독은 어떤 기준으로 구하면 좋을까?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는 분이 있는데 제 무드랑은 안 맞지만 친분이 있어서 소통은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분과 함께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어색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제가 원하는 작품세계와 비슷한 커리어를 갖고 계신 촬영감독님을 찾는 게 나을까? 
A.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좋다. 소통이 잘 되는 분과 하면 좋겠지만, 그분이 갖고 있는 촬영의 결이 내 작품과 동떨어져 있다면 리터칭이 들어가야 한다. 그것도 무시 못 할 요소다. 어떤 사람과 해야 내 의도대로 나올지를 생각했을 때, 내가 제시만 잘한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와 줄 수 있을 것 같다 싶으면 소통이 편한 분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초면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별다른 소통 없이도 내가 원하는 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 작업은 소통의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크기 때문에 저라면 너무 모르는 분보다는 기존에 아는 사람과 한 번쯤 해볼 것 같다. 같이 의논해가면서 만들어보는 판을 짜볼 수 있지 않을까. 

Q. 친구가 학교 동아리에서 독립 단편을 만들다가 상업영화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도전하고 있는데 잘 안 돼서 힘들어하더라. 대부분 자기 과 안에서 함께 일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을 찾다 보니까 비전공자들은 어떻게 진입해야 할지 막막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A. 독립 단편 쪽으로 가지 말고 차라리 커머셜 쪽을 시도하면서 경험과 상황을 쌓아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커머셜 판에도 내러티브 연출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그 안에서 일하다 보면 인맥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영화 연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추천한다. 동문 네트워킹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 학교를 나오면 선후배, 동료 등 네트워크가 분명히 생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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