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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다

분주하게 자리를 마련함 - 영화 < SFdrome : 주세죽 > 리뷰

미디액트 ‘페미니즘 영화비평’ 수료작 |< SFdrome : 주세죽 >​

김준희 / 2021-03-12


[편집자주] 본 리뷰는 미디액트와 퍼플레이가 진행한 온라인 워크샵 <자기만의 글 - 페미니즘 영화 비평 쓰기> 1, 2차 강좌(주강사 : 김소희, 정지혜)의 수강생이 작성한 비평 수료작입니다. 교육 수료작으로서 수정없이 게재합니다.
* 총 8편의 비평 수료작은 매주 2편씩 4주에 걸쳐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와 여성영화 온라인 매거진 퍼줌(PURZOOM)에 공동 게재됩니다.
〈SFdrome: 주세죽〉   ▶ GO 퍼플레이
김소영|2017|실험영화|한국|26분

  영화글에서 ‘가시화’라는 표현이 이유없이 많이 쓰이는 것을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우리 눈 앞에 나타나고, 우리는 나타난 것으로부터 감각하기 때문이다. 목적, 의도가 분명한 영화라면 이미지들이 적극적이거나 다소 노골적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페미니즘 영화는 비남성의 가시화가 주된 목적이자 방식이 되어왔다. 

  은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주세죽을 가시화, 호명한다. 그렇다면 많은 페미니스트 영화들과 어떤 특이점이 있을까. 을 마주한 우리는 낯설고 많은 정보에 당황한다. 지나치게 긴 보육원교사의 증언, 의미심장한 단어의 목차, 한 프레임에 여러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방식이 그러하다. 때문에 한 번의 관람으로 장면과 피사체의 의미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 그러면 은 불친절한 영화인가. 오히려 영화는 친절하고 속이 깊게 느껴진다. 김소영 감독은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였던 플로라 트리스탄을 이곳으로 초청해 주세죽과 함께 장소와 인물의 새 성좌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이미지 전개 방식은 주세죽이라는 낯선 인물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분주함이라고 해석 가능할 것 같다. 인류세(Anthropocene) 시기, 비남성, 비백인 위에 세워진 세상에 새로운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지난한 일이다. 김소영 감독은 을 통해 주세죽의 성좌를 과감하게 세운다.

  가시화에 앞서 인물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어떤 점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까. 단순한 가시화, 호명하는 일에 의미가 없는 것은 전혀 아니다. 관객들의 감수성을 높이거나 생각을 바꾸고, 의견을 개진하는데에 효과적이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가시화에 그치는 영화들은 글쓴이(본인)의 감흥을 크게 불러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다.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고 말해도 될까. 은 자리를 마련하고 가시화, 바꿔 말하면 정착할 장소를 지정하고 인물을 호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성좌를 마련하는데 러닝타임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렇기에 주세죽의 말과 글이 묵직하게 마음에 닿는다. 또한 인물사(人物史)에서 주세죽의 위치를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묘한 안도감이 생긴다. 그렇다면 가시화에 그치는 것보다 성좌를 마련하는 일에 중점을 두는 것에 조금 더 진심을 느낀다고 말해도 될까. (물론 이는 특정 인물을 다루는 영화에 국한될 것 같다.)  

  김소영 감독은 “주세죽이 남긴 글을 살려내고 싶었다. 우주로 열린 중앙 아시아 하늘로”라고 말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영화가 무엇을 살린다’는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는 많은 것들을 살려낸다. 우리는 을 통해 그것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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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현재 내가 영화글쓰기가 가능한지 시험중이다. 안 되는 것 같아 오기가 생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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