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퍼플레이가 만난 사람들

지금, 여기, 우리의 목소리

<인트로>, <에필로그: 오프닝> 임수빈 감독

퍼플레이 / 2024-04-05


#세상을_바꾸는_여자들
2024.3.28.| 임수빈 감독을 만나다


여성들이 읊조린다.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밥을 굶지 않는다. 억지로 웃지 않는다. 똑바로 쳐다본다. 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실패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연약한 나를 용서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쉽게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안부를 묻는다. 떠돌아다니며 방황을 즐긴다.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 궁금해한다.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참지 않는다.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의 인트로에 나오는 ‘슬픔을 위한 선언문’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 5인(김윤겸, 여인서, 윤누리, 임수빈, 재원)이 함께 만들었다. 선언문의 각 구절을 맡아 직접 읊고 연출했다. 이번 작업의 인트로와 에필로그를 담당한 임수빈 감독은 “지금을 살아가는 2030 여성들의 우울과 슬픔을 마주하고 힘을 내보자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프닝’이라는 이름을 붙인 에필로그에는 2021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농성장의 풍경이 나온다. 영상 기록으로 연대한 감독은 당시의 현장을 공유하며 그때의 감각을 전한다. “카메라를 들고 귀를 기울였다. 이곳의 사람들은 서로 달라서 서로의 곁이 될 수 있었다. 도우러 왔다고 말했던 나도 이제는 누군가의 곁이 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신과 나를 잇는 법> 인트로 스틸컷

-영화의 시작과 끝을 맡아주셨어요. 작업에 임하기 전, 인트로와 에필로그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나 맥락을 생각해둔 게 있으셨나요?
맨 처음에는 인트로가 없었고 에필로그만 있었어요. 이후에 지원금을 받으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이 됐죠. 덕분에 인트로를 추가로 만들게 되면서 저희 영화의 공통점을 찾아봤어요. 각각의 작품들이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타인의 손을 잡고 함께 가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연대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주제를 잡게 됐고, 제가 처음 기록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험도 함께 넣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인트로에 나오는 ‘슬픔을 위한 선언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선언문이 완성된 과정도 궁금해요.
저희 영화를 관찰해보니까 우울하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그 우울이 사회로부터 오는 것 같았고, 20~30대 여성들이 겪는 우울과 차별을 다뤄보자고 생각했어요. 보통 시대적으로 중요한 사람들이 처음에 모여서 선언문을 만들잖아요. ‘비록 현실은 힘들지만 뭐라도 해보겠다. 같이 힘을 내보자!’라는 정신이 좋았어요.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에 나오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문장을 좋아하는데 그런 종류의 선언을 하고 싶었죠. ‘우리 우울하고 슬프지만 괜찮아. 상관없어!’라는 기조를 세우고 나서 회의를 통해 문장을 함께 만들었어요.

-선언문을 읽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는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셨나요?

소위 젊은 세대 여성들의 슬픔이나 우울이 이들의 삶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더 예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어요. 또 우울해도 명랑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성들이 선언문을 주문처럼 외우는 형식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감독님들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말하고 연출했죠. 

임수빈 감독 ⓒ퍼플레이

-에필로그인 ‘오프닝’을 통해서는 우리가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나갈 것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프닝’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농성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후반부에 시위 장면이 나오면 ‘모두 광장으로 오라’는 식의 교조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우려했어요. 그래서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의미가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농성장에 모이는 것이 무언가의 시작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오프닝’이라는 제목도 나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위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목소리 내는 것 또한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 농성장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인트로와 에필로그를 촬영하면서 감독님의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었을까요?
특정 장면보다는, 관객분들이 선언문을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선언문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차기작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현재 장편 다큐멘터리를 작업하고 있어요. ‘흔들리는 사람에게’라는 제목인데, 2010년대에 활동했던 학생운동가들이 주인공이에요. 올해 완성해서 내년에 출품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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