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퍼플레이가 만난 사람들
[비혼 여성으로, 함께 살아가다] <나를 깨우는 바람> 김민주 감독 인터뷰
퍼플레이 / 2021-09-06
#세상을_바꾸는_여자들 2021.8.13.|<나를 깨우는 바람> 김민주 감독 인터뷰 ▶ GO 퍼플레이 |
다큐멘터리 <나를 깨우는 바람>(김민주, 2020)은 결혼과 비혼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결혼을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든 온전히 나다운 삶을 살아가자고 말한다. 비혼은 ‘순간’의 선택이 아니다. 비혼을 결심하는 것 그리고 결심까지의 과정만큼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비혼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정체성에 가깝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럼 비혼을 선택한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며, 어떤 노년을 꿈꾸고 있을까? <나를 깨우는 바람>의 감독과 출연진 인터뷰를 통해 비혼으로서의 삶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
<나를 깨우는 바람> 김민주 감독
Q2. 연출 동기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 들어서 혼자 살고 있는 내 모습조차도 쉽게 그려지지 않더라구요.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은 언니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혼자 살아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어지는데 답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 선배들에게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나를 깨우는 바람> 김민주 감독
Q3. 내가 뽑은 하이라이트!
“많은 여성들이 엎드려 누워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엎드려 누워있으면 답답하고 또 앞에 보이는 것도 없는데 딱 돌아누워서 천장을 보고 앞을 보는 순간 완전히 세상이 달라지잖아요. 돌아눕는 계기가 비혼일 수도 있고, 다른 여러 가지일 수도 있는데. 돌아눕기까지 여러 가지 의문을 품지만 돌아눕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지고 그 전에 어땠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의 말을 믿고 자신을 믿고 돌아눕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나를 깨우는 바람>의 출연진 한나
사실 모든 인터뷰이들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나, 제가 했던 고민들을 다 나눠주셨어요. 제가 생각하는 하이라이트도 그날의 고민에 따라 바뀌는 것 같은데요. 지금 하나만 꼽으라면 한나(대전 여성주의 잡지 <보슈> 편집장) 님의 인터뷰를 꼽고 싶어요. 혹시 저처럼 보이지 않는 내일의 모습을 의심하고 계시진 않나요? 그러면 한번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바람이 아주 잠깐이라도 그 무거운 의심을 흔든다면, 한번 돌아서 누워보셨으면 합니다. 모르기 때문에 도전해보지 못했던 그것을 향해 돌아눕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또 그런 당신이 더 많은 사람을 깨울 수 있지 않을까요.
Q4. 나에게 비혼이란?
저에게 비혼이란, 지금의 나처럼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처럼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재밌게 살고 있어요. 매일 성장하는 성취감이 즐겁고, 내가 걸어갈 다음의 경유지를 고민하는 이 자유가 너무 소중하거든요. 저는 일 중독이라 할 정도로 일을 즐기는데, 며칠 전에 한 친구가 그렇게 살면 지치지 않냐고 물었어요. 저는 지금처럼만 살면 지치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일을 아끼고, 나를 먼저 생각하면서요. 사실 저한테 비혼은 특별한 게 아니에요. 그냥 지금처럼 살아가는 하나의 생활방식일 뿐이에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나를 깨우는 바람> 김민주 감독
Q5. 비혼으로 사는 삶
평범하지만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좋은 친구들, 직장 동료와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요. 지금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챙기는 그런 연대 속에서 살고 싶어요.
Q6. 나는 ( )과 동거한다.
나는 (수수)와 동거한다. 저는 ‘수수’라는 반려식물과 함께 사는데요. 녹보수 나무예요. 1차 재난지원금을 받았을 때 망원시장에서 수수를 데려왔어요. 시장에서 친구가 나무 종이 뭐냐고 물었는데, ‘녹보수’를 ‘옥수수’라고 들은 거예요. 진짜 옥수수가 맞냐고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그때 나무 이름을 옥수수라고 지어줬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계란 껍데기를 빻아서 비료로 주기도 하고, 난생 처음 문구용 가위로 가지치기도 하면서 돌보고 있어요(웃음). 식물을 돌보는 게 처음이라 어색한 점도 많은데, 잘 자라줘서 수수에게 너무 고맙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아파트나 빌라보다는 단독주택을 사서 마당에 심어주고 싶어요. 더 깊이 뿌리내려서 저와 함께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Q7. 어떤 비혼 여성으로 늙어가고 싶으신가요?
동생들에게 편한 언니가 되고 싶어요. 70세가 되고 80세가 되어도 할머니나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언니라고 불리고 싶어요. 다양한 세대의 친구들과 잘 지내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제가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친근한 언니로 늙어가고 싶어요.
Q8. 마지막 한마디
모두 나만의 일상을 지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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