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퍼플레이가 만난 사람들

주의 깊게 본다는 것

<여보세요> 부지영 감독

퍼플레이 / 2021-03-14


#세상을_바꾸는_여자들
2021.2.7.|부지영 감독을 만나다
[인디그라운드X퍼플레이] ‘여성영화, 플렉스! 난 퍼플레-인디!’ 여성영화 특별전 기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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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영 감독 필모그래피
2019  <럭키 몬스터> 지도교수
           <야구소녀> 지도교수
2019  <우리 지금 만나> 중 <여보세요> 각본,  감독
2014  <카트> 각색, 감독
2011  <애정만세> 중 <산정호수의 맛> 각본, 감독, 편집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감독, 편집
2010  <시선 너머> 중 <니마> 각본, 감독
2008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각본, 감독
2003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스크립터 
2002  <눈물> 각본, 감독, 편집
2000  <김옹의 시험> 각본, 감독, 미술, 편집
1999  <오! 수정> 연출부
1997  <불똥> 감독, 편집

〈여보세요〉 스틸컷

‘정은’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요청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6.25 전쟁 때 북에서 사망한 여동생을 만나러 가겠다며, 전화 통화를 하겠다며 하루가 멀다고 고집을 피워대는 통에 몸살이 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낯모르는 북한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 속 여성은 탈북한 자신의 아들을 찾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그렇게 시작된 얼떨결의 전화 통화로 남과 북의 여자들은 미묘한 관계를 쌓아나가기 시작한다. 

부지영 감독, 이정은 주연의 단편 <여보세요>(2018)는 판타지라고 생각될 만한 소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북에서 전화가 걸려오다니, 가히 영화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남으로 넘어온 탈북민이 북에 남은 가족들과 전화로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고 하니 말이다. 통일부로부터 영화 제작을 의뢰받아 자료 조사를 하던 부 감독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머리를 굴려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탈북민이 직접 들려준 통화 녹음을 듣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는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이었단다. “참 흥미로웠어요. 이념이라는 낡은 세상의 틈을 디지털 매체가 만든다는 것이. 파주 너머에 북한이 있다는 걸 평소엔 의식하고 살지 않다가 북한 주민과 통화하는 걸 듣는데 ‘이건 초현실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죠.” 

부지영 감독 © 퍼플레이

‘정은’은 40대이자 육체노동을 하는 여성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급식, 청소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들여온 덕에 관객은 그의 이야기에 보다 흠뻑 빠져들게 된다. 고된 현실에 지쳐 종종 낡은 눈빛을 흩뿌리는 그는 분명 어디선가 마주친 듯하다. 영화 속 인물에게서 그러한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배우의 힘 또한 컸기 때문이리라. <카트>(2014)에서 처음 이정은 배우를 만난 부 감독은 그와 꼭 다시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여보세요>의 주인공으로 이정은을 생각했다. 그랬기에 캐릭터 이름도 ‘정은’이 됐다. 

‘모든 것의 시작은 대화니까. 안부를 묻고 사정을 듣고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고.’ 감독이 밝힌 연출의도를 곱씹어본다. 소통, 관계, 우정이란 무엇일까. 때로 그것은 의도치 않은 우연에 의해 시작되기도 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처지를 알게 되면 거창한 동기 없이도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것이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에 사는 그들과 우연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감독의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해지기를. 

부지영 감독 © 퍼플레이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차기작 쓰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만 여자들이 적지 않게 나와요(웃음). 

-선생님으로서 가르치는 일에도 집중하고 계신 것 같아요. 영화를 찍는 것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둘의 매력은 어떻게 다른가요. 각각의 일로부터 얻는 보람의 성격도 다를 것 같아요.
사실 ‘가르친다’고 쓰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더 잘 찍어야겠다,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경각심이 생기고 자극을 받죠. 정말 훌륭한 예비감독들이 많아요. 재능을 훔치고 싶은 친구들도 많죠. 영화를 만들 땐 앞을 더 많이 보는데 가르치는 일은 옆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저에게 자신의 실수에 대해 토로를 할 때가 있는데 그걸 듣다 보면 언젠가 제가 했던 실수도 돌이켜보게 되거든요. 이들의 고충이 결국 제 과거의 고충이고 앞으로의 숙제이기도 해서요. 그래서 가르치는 건 그런 공부도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앞만 보고 돌진하지 않고 여유를 갖게 만드는. 근데 어렵죠. 영화 시작하면 또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부지영 감독 © 퍼플레이

-1997년 단편 <불똥>으로 데뷔한 후 감독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25년 가까이 됐습니다. 처음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결혼하고 애 낳으면서 5년 정도 집에 있었으니 대략 20년 됐네요. 저는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여러 우연이 겹쳐 영화 제작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했어요.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 시험도 떨어지고 재미난 거 하고 싶어서 두리번거리던 때였어요. 영화사 기획실이었지만 처음엔 협찬 요청 팩스를 보내고, 손님 오면 커피 타는 일만 주구장창 했어요. 그러다 촬영 현장에 나가기도 하고, 영화 보도자료 쓰고, 언론사 돌아다니며 영화 잘 봐달라 인사하고…. 바쁠 땐 퇴근 시간도 없었어요. 주로 영화 홍보 일을 했던 건데 아주 적성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영화인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죠. 무엇보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 매우 가깝게 느껴졌어요. 중간에 케이블 방송에서 보조작가로도 일한 적이 있는데 영화 일이 박봉에 고되어도 매력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3년째 되던 즈음에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그땐 내가 미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항상 생각했거든요. 영화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파도 파도 계속 팔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사표 내고 영화아카데미 시험을 쳤는데 2년 연속 떨어졌어요. 그런데 지인이 연출부 일을 소개해줬고, 덕분에 처음으로 영화현장에서 일하게 됐죠.

-그것을 계기로 영화 일을 하게 된 거네요. 
현장 일을 하니 힘이 나더라고요. 영화라는 건 이렇게 부딪혀서 할 수 있는 거구나, 그래서 영화아카데미 안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출부 일이 끝나가던 즈음에 아카데미 시험을 또 봤어요. 당시 애인이었던 지금 남편인 사람이 너는 영화전공을 안 했으니 영화에 대해 공부하려면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죠. 다행히 삼수 끝에 붙었어요. 

-최근작 <여보세요>는 설정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통일부에서 영화 제작 의뢰를 받았어요. 예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 영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어요. 통일부나 인권위는 뭔가 좀 진지하고 엄숙하니까 계몽적이고 좋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의미나 목적의식만을 따지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당시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11년 만에 만난데다가 곧 통일이 될 것처럼 들떠있어서 이런 상황이라면 뭔가 다른 걸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받아들였죠. 그리고 자료 조사 중 탈북민을 몇 분 만났는데, 북한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중국의 무료통화 앱으로 통화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참 흥미롭죠. 이념이라는 낡은 세상의 틈을 디지털 매체가 만든다는 것이. 제가 만났던 탈북민이 동생과 통화한 걸 녹음해서 들려줬는데 비현실적이고 감동적이었어요. 파주 너머에 북한이 있다는 걸 평소엔 의식하고 살지 않다가 북한 주민과 통화하는 걸 듣는데 ‘이건 초현실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죠. 전율이 일었어요.

〈여보세요〉 스틸컷

-그걸 듣고 이야기가 떠오른 거예요?
네. 일단 통화를 해야겠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통화를 할 것이냐. 그러다 치매를 앓는 실향민 어머니를 생각했어요. 과거에 헤어진 여동생을 계속 그리워하는 인물. 그리고 그 어머니를 둔 딸. 이 여자에게 북한 여자가 전화를 해야 하는데 무슨 이유로 할까. 남한으로 넘어간 가족과 통화하려는데 전화번호를 잃어버렸거나 전화번호를 잘못 기억하는 거죠. 전화번호 메모도 갖고 있으면 안 되고 오로지 기억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전화하는 건 사람들 눈을 피하는 것도 있지만 와이파이가 잘 잡히도록 하는 거래요. 중국 접경지대에선 와이파이가 잡히니까. 그렇게 남한으로 넘어간 아들의 전화번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북한 여자와 한국전쟁 때 헤어진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실향민 어머니를 둔 남한 여자가 전화 통화를 하게 되는 거죠.

-‘정은’이 북쪽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죠. 서로의 사정을 듣고 안부를 묻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그들이 처음부터 친구가 되려고 통화하는 게 아니라 어떤 필연적인 이유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면 했어요. ‘북한 여자가 아들을 찾아달라고 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근데 돈이 필요해. 그럼 얘기나 들어보자.’ 이런 식으로 관계가 진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과정을 통해 자기들도 모르게 관계가 만들어지고 친구가 되는 식의 흐름을 원했어요.

-북쪽 여성과 정은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을까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여보세요〉 스틸컷

-이정은 배우와는 <카트>에서 처음 함께하셨죠. 자기 나이에 맞는, 본인에게 맞춤인 역할로 다시 만나자고 다짐을 했다고요. <여보세요>의 정은은 이정은 배우를 생각하고 쓴 건가요? 
네. 그래서 이름도 정은으로 했고. (시나리오 보고 반응은 어떠셨어요?) 긴 말씀 안 하시고 ‘재밌게 봤어요!’ 그랬던 것 같아요. 정은 선배님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어떻게든 하겠다고 하셨죠. <기생충> 찍고 나서 아직 개봉은 안 했을 때였는데 스케줄이 워낙 많아서 바쁘셨어요. 촬영 일정 내기가 빠듯했죠. 그래서 5일 연속 찍고 하루 쉰 후에 마무리하는 6회차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결국 다 못 찍었어요. 스케줄을 재조정해서 한 회차 추가해 남은 분량을 마저 찍었죠. 추가촬영 때 찍었던 버스 장면들이 원래 다 지하철이었어요. 한강대교 건너가는 지하철도 찍어야 했는데 굳이 지하철일 필요 없다 결정하고 버스 빌려서 한 번에 다 찍었어요. 그런데 사람 많은 지하철역 장면은 꼭 찍어야겠어서 아침 출근 시간에 신도림역에 갔죠. 신도림역이 유명해요. 촬영 허가를 잘 안 내줘서 대부분 도둑 촬영을 하는데 CCTV가 많아서 바로바로 잡아내는 걸로.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이정은 배우를 못 알아봤어요. 카메라를 숨기긴 했지만 딱 한 명 빼고는 아무도 카메라를 안 쳐다봤죠. 그때가 <미스터 션샤인> 끝날 즈음이었는데 ‘함안댁’과 ‘정은’ 사이에 갭이 있어서인지 저희로서는 너무 다행이었어요. 이 장면에서 이정은 선배 옆, 뒤에 이어폰 낀 청년이 걸어가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 사람 연출부지?’ 그러는 거예요. 보통 배우 주변에 연출부를 세우거든요. 근데 저희는 최소 인원으로 가서 배우 옆에 세울 사람이 없었어요. 다 일반인이었죠. 그 많은 사람들 틈에서 정은 선배님이 천연덕스럽게 지하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주셔서 정말 자연스러운 장면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생각하기에 이정은 배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벼움이요. 운동선수들이 어떤 기술을 쉽게 성공시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반복과 연습을 거치는 것처럼 선배님에게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난 후의 가벼움이 있어요. 힘을 빼야겠다고 해서 저절로 빠지는 게 아니잖아요. 초보거나 긴장하면 어김없이 힘이 들어가는데 선배님은 몸이 긴장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도 무겁게 말하는 법이 없고 물 흐르듯이 말씀하세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죠. 그 점이 너무 좋아요. 존경스럽고. 

-북한 여성을 연기한 분이 이상희 배우더라고요. 줄곧 목소리로만 등장하고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연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목소리만으로 연기한다는 것의 어려움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대부분 상희 배우가 직접 현장에 나와줘서 저로서는 감사했는데 제가 그 갈증을 풀어줄 만한 디렉션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거의 이상희 배우 스스로 만들어갔거든요. 목소리만 나오지만 촬영 현장에 나와 녹음하며 장면의 분위기를 느끼려 했고, 북한 사투리도 탈북민을 만나면서 교정해줬어요. 상희 배우가 예전 영화에서 썼던 북한 사투리가 있는데 그것과 조금 다르다며 녹음한 걸 들으면서 계속 연습했어요. 저는 북한 사투리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상희 배우에게 100프로 맡겼죠. 앞선 경험과 새로운 녹음 자료들을 기반으로 본인의 억양을 조율해서 구사한 건데 너무 훌륭하죠. 크레딧 보기 전까지는 북한 여자가 상희 배우인 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진짜 잘하셨는데 얼굴이 안 나오니까 팬들이 섭섭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지영 감독 © 퍼플레이

-감독님 영화에서 여성들은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목소리를 가진 생생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나 시각이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계속 주의 깊게 보려고 해요. 내 또래의 여자들 혹은 노년, 청년층의 여자들에 대해. 그들의 고민,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관련 자료들을 읽습니다. 특히 저는 ‘노동하는 여자’라는 프레임을 통해 여자들을 보고 그리는 걸 좋아해요. 숨겨져 있던 다양한 면들을 발견할 수 있고 훨씬 살아있는 인물로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요즘 젊은 여성들이 품고 있는 삶, 사회, 실존에 대한 고민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해요. 저는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도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영화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에요.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사실 성취한 것은 적다고 느껴요. 아직 이야기할 게 많아요. 그동안 ‘포기’ 바로 앞까지 간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정말 포기할 수 있는지 여러 번 자문했죠. 젊은 시절 ‘파도 파도 계속 팔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영화를 시작한 것처럼 계속 영화 안에서 진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도 싶고요.

-퍼플레이 추천작을 말씀해주세요!
<5월 14일>(부은주, 2018). 이상희 배우가 워낙 이런 현실 연기 달인이긴 한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부은주 감독이 <여보세요> 연출부예요. 이 영화 보고 좋아서 연출부 해달라고 연락했거든요. 정말 기대되는 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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