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데이

영화와 관객 그리고 세상으로의 연결

무슬림 소녀들의 세상을 향한 펀치

<부르카 복서>

퍼플레이 / 2018-03-05



안녕하세요.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 퍼플레이입니다! 2월 17일, 무려 설 연휴에 열었던 [퍼플레이와 함께하는 꼴 영화제]는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상영회를 함께 열고 진행한 곳은 퀴어 페미니스트를 위한 책방 ‘꼴’이에요. 여성주의문화단체 ‘언니네트워크’가 운영하죠.



책방 꼴에 가면, 퀴어와 페미니즘에 관한 굿즈도 가득하고요. 무엇보다, 보고 싶은 책이 한가득에다 아늑한 책걸상에 향기 좋은 커피까지 있으니! 놀러 가기 딱 좋아요.

퍼플레이X책방 꼴의 상영회 상영작은 <부르카 복서>였습니다. 명절 포기자들이 모여 맥주&팝콘과 함께했어요!

부르카가 뭔지 아세요? 이슬람 전통 여성 의상이죠. 흔히 아는 히잡이 머리와 어깨를 가리는 의상이라면, 부르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의상이에요. 얼굴 전체도요. 눈 부분에는 얇은 망사 처리가 되어 있죠. 손에는 장갑도 껴요.

부르카는 여러 나라에서 착용 금지 법안이 나오기도 한 매우 정치적인 의상입니다. 여성을 억압하는 의상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슬람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치는 옷이지요. 이 영화의 제목이 부르카 복서인 것은, 부르카가 상징하는 바대로 인도 무슬림 소녀들이 당하는 사회적 억압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부르카 복서|알카 라구람|2016|다큐멘터리|미국, 인도, 프랑스|85분


<부르카 복서>에는 네 명의 여성이 나와요.

1. 라지아 샤브남(Razia Shabnam)
인도 최초 여성 복싱 코치이자 국제심판입니다. 보통 무슬림 소녀들은 결혼하기 전까지 집에만 있기를 강요당하지만, 라지아는 딸이라도 세상의 편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이루길 바라는 부모님을 만난 덕에 복싱을 할 수 있었어요.

라지아는 여성구호단체 뉴라이트(New Light. New Right 아닙니다!!)라는, 위기에 처한 여성 청소년을 돕는 단체에서 소녀들에게 복싱을 가르쳐요. 사실, 복싱은 매개일 뿐이고 라지아가 실제로 가르치는 것은 소녀들이 세상에 맞서는 방법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해주며,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등 소녀들의 삶에 다방면으로 도움이 되는 참스승이에요.

“펀치가 날아와도 끝까지 눈을 감지 말아라. 맞설지 도망칠지 결정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라지아가 전하는 말들이 가슴에 콕콕 박히는 경우가 많아요. 다큐가 아니라 오래 다듬은 극영화의 대사 같죠. 아마도 라지아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들이기 때문일 거예요. 라지아와 그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바로 우리에게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라고!”



2. 아즈미라 카툰(Ajmira Khatoon)
아즈미라는 올림픽 복싱 챔피언을 꿈꾸는 16세 소녀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계속 아즈미라의 복싱을 반대하고, 심지어 오빠는 복싱을 그만두라며 아즈미라를 때리기도 하죠. 그래도 아즈미라는 꿋꿋이 훈련합니다. 시합에 졌을 때, 아빠가 또다시 아즈미라를 불러 놓고 복싱을 못하게 하자 아즈미라가 한 말이 마음에 와닿아요. “5층까지 어떻게 한 번에 올라가나. 1층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지.” 아즈미라는 노력 끝에 결실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올림픽 챔피언이 되는 것이 꿈인 그의 꼭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3. 타슬리마 카툰(Taslima Khatoon)
타슬리마는 방글라데시 여성의 삶을 바꾼 페미니스트 작가의 이름입니다. 뉴라이트의 선생님들이 이 작가의 이름을 따서 타슬리마에게 새 이름을 지어줬어요(그 전 이름은 너무 촌스러웠대요). 16세 소녀 타슬리마를 보고 있자면 어쩜 이렇게 똑똑하고 당차고 멋있는지! 그가 하는 말에 박수를 칠 때가 많습니다. 타슬리마는 인도의 성폭행 문제에 분노하고, 성차별적 인식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고민하고 바꾸기 위해 행동해요. 정말 멋진 친구죠!


4. 파르빈(Parveen Sajda)
파르빈은 경찰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경찰이 아니라도, 뭐라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가난에 처해 있기도 하고요. 파르빈은 복싱을 하면 일자리가 생길까 해서 복싱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많은 대회에서 챔피언도 했죠. 그러나 경찰이 되려면 큰 돈(뇌물)이 필요했고, 복싱으로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적어요. 파르빈은, 꿈과 현실의 차이를 냉정하게 바라봅니다. 파르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눈물을 똑 떨구게 될 거예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삶에 처했든 파르빈이 행복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상영회가 끝나고, 도란도란 소감도 나눴어요. 교육의 역할, 사회운동의 큰 그림, 여성 신체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요.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한 마디! “설 연휴를 의미 없이 보내려고 했는데 지금 너무 의미 있어서 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미 재미 케미 돋는 퍼플레이 상영회는 쭈욱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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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퍼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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