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데이

영화와 관객 그리고 세상으로의 연결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다

<소공녀>

퍼플레이 / 2019-01-24


안녕하세요?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 ​퍼플레이입니다! 2019년 1월 16일 저녁, 여성영화 상영회 퍼플데이를 열었어요.
어디서? 밤부씨어터에서~ 아늑하고 오붓한 밤부씨어터!
그러나 상영이 시작되면 괴물 같은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지요.



소공녀|감독 전고운|주연 이솜|2017|드라마|106분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이솜).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일궈나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도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영화 <소공녀>의 영어 제목은 ‘Microhabitat’입니다. 미세한 거주지??

사전에서는 ‘미소 서식 환경(미생물·곤충 등의 서식에 적합한 곳)’이라고 해요.

그러고 보면 주인공 미소의 이름은 웃는 미소가 아니라 ‘아주 작은 장소’였을지도 몰라요.

아주 작은 장소…

서울 바닥에 이 작은 한 몸 누일 곳이 왜 없니… 아주 작은 장소면 되는데….

미소가 원하는 것은 하루 위스키 한잔, 담배, 애인 한솔(안재홍)이 전부. 미소는 술, 담배, 연애를 모두 즐기는 홈리스입니다. 집만 없을 뿐!

영화 <소공녀>는 열심히 뼈 빠지게 일했으나 집을 얻지 못했다는, (이 단어 쓰고 싶지 않지만ㅠㅠ) 흙수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소는 애초에 가사도우미 일을 ‘9 to 6’로 할 생각도 없고, 자신만의 집을 원하지도 않아요. 이 영화는 나이가 들면 으레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집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밟아 나가는 것과 전혀 다른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미소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정말 미세한 것들인 위스키 한 잔, 담배, 애인과 놀기. 그거면 미소는 행복하답니다!

그래서 미소는 집을 나온 것입니다. 지출 목록에서 위스키와 담배를 지켜내기 위해 월세를 지워버렸죠. 그리고 대학 친구들 집을 차례차례 여행하기 시작합니다. (여행을 사회 기준에 맞춰 풀이하면=얹혀살다)

그런 미소에게 친구들은 ‘미소는 여전하구나’라고 말하죠. 나이가 들었는데 아직도 대학 때처럼 그러고 사냐며, 미소를 미성숙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내일이 없는 듯 하루를 즐겼던 대학 시절의 자유를 ‘여전한’ 미소에게서 보고 추억에 잠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안정적인 삶의 궤도를 타고 있는 사람들은 미소에게 ‘멋있다’, ‘부럽다’라고 말하면서도 절대 미소처럼 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못 그럴 거예요. 스탠다드에서 너무 떨어져 있는 미소의 삶은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니까.

돈을 왜 안 벌어! 홈리스라니! 얹혀사는 신세에 위스키를 왜 사 마셔?!

그런데, 따지고 보면 미소는 집만 없습니다.
다른 행복은 다 가졌죠.

집은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외로운 사람, 대저택에 살지만 자유가 없는 사람, 번듯한 직장을 가졌지만 야근과 피로에 죽어가는 사람. 모두들 결핍이 있지 않나요?

그중 왜 유독 미소만, 집 하나 없다는 이유로 미성숙하게 여겨져야 되는 걸까요.

이렇게도 말할 수 있지 않나.

“집 하나 때문에 20년 동안 대출에 묶여 노예 생활이라니. 너 삶에 책임감이 없구나!” …라고 썼지만, 사실 제가 <소공녀>에서 가장 공감했던 대사는 이것입니다.

“그 사랑 참~ 염치없다.”

홈리스로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도 담배와 위스키는 계속 즐기는 미소에게 대저택에 사는 친구(김재화)가 했던 말이죠. 독하게 끊고 그 돈을 모아야 옳은 거 아니냐고. 따지고 보면 미소보다 더 가진 것도 없는데. 그저 몸 뉘일 곳만 있을 뿐.

집만 있지 행복은 없는 미소의 친구들처럼요.

​그러면서도 미소의 생활을 평가하려고 하는 나,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도 스탠다드에 찌들었….




미소의 자유로움과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은 저에게도 이미 추억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슬프다요.

대저택 친구도 슬펐을까요? 그래서 “그 사랑 참 염치없다”고 말한 후에 대학 시절의 자유로웠던 사진을 꺼내보며 눈물을 흘렸던 것이 아닐까요. 그리워서.

​(난 좀 울었어…)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 퍼플레이의 여성영화 매달 상영회 퍼플데이는 매달 세 번째 수요일 7시 반, 밤부씨어터에서 열립니다.

​2019년 끝까지 쭈욱~ 세 번째 수요일엔 여성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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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퍼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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