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뉴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덕후였다

[덕질클럽] ➁우리의 그때 그 시절

<우리들>, <우리집>

퍼플레이 / 2023-02-13


#덕질클럽 #시즌3 #윤가은 #두번째모임 
2023.2.9.|우리의 그때 그 시절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반짝 빛나게 해주니까요. 내가 애정하는 것을 또 다른 이와 공유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색다른 환희를 맛보게 하고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탄생한 [덕질클럽]은 퍼플레이가 시도하는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영화모임입니다. 그 세 번째 ‘덕질’의 대상은 바로 윤가은 감독이에요! 편안한 공간에서 안전한 사람들과 나누는 영화, 감독, 배우 이야기를 이곳에 남겨둘게요 :)

덕질클럽 시즌3 2회차 모임 ©퍼플레이

#<우리들>

은지: 저는 <우리집>을 먼저 봤고, 덕분에 윤가은 감독님과 독립영화에 대해 알게 됐어요. 아이들의 이야기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기대를 품고 <우리들>을 보게 됐죠. 나의 어린 시절 일부를 담아낸 것 같았어요.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릴 땐 누구나 인기 많은 친구와 어울려 다니고 싶잖아요. 그런 기분과 감정들을 잘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는데, 다시 보니까 잔인하다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캐릭터들에 나를 대입해보니 이해 안 될 인물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훨씬 더 뼈아프게 느껴졌어요. 

유영: 잔인한 이야기인 것은 맞는데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았어요. 그게 영화가 가진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동화적으로 풀어내지도 않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이야기가 폭력적이라고 느껴지게 하진 않았어요. 

성혜: 이 영화가 독립영화판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나요. 그 시기에 독립영화를 많이 보던 때여서 저한테 <우리들>은 독립영화 황금기의 한 작품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한 획을 그었다 싶을 만큼 임팩트를 남긴 작품이죠.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걸 가장 인상 깊게 봤고, <우리들> 이후로 소녀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들> 스틸컷

#기억에 남는 장면 

유영: 상황 판단을 하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이(최수인)의 눈동자가 기억에 남아요. 

은지: 초등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마지막을 왜 그렇게 끝냈냐고 많이들 질문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질문에 감독님이 해주셨던 답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일단, 저는 좋았던 장면이 참 많아요. 선이의 담임 선생님이 방학식 당일 “4학년이 제일 중요한 시기야”라고 한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그 대사가 너무 웃겼어요. 그리고 시험 성적이 나온 날 아이들에게 1등이 누군지 알려준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이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렇다면 1등이 누군지 왜 알려주나 싶었죠. 제가 학생 때 느꼈던 것들이 아주 디테일하게 영화에 녹아있어 신기했습니다. 단편 <콩나물>에서도 놀이터 장면이 좋았는데 <우리들>에도 놀이터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어렸을 때 친한 친구와 놀이터에 가면 무조건 꿈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공감돼서 좋았어요. 선이가 봉숭아 물을 들인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선이를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영화 후반부쯤에 손톱에서 매니큐어와 봉숭아 물이 다 사라진 걸 보고 이제 선이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영: <우리들>을 생각하면 오이김밥이 떠올라요. 오이김밥이 선이와 지아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거든요. 

성혜: 선이가 엄마에게 오이김밥을 싸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사랑스러웠어요. 그런데 그걸 보는 지아의 마음은 복잡했겠죠. 누구라도 질투할 법한 아름답고 단란한 모녀의 모습이었어요. 

<우리집> 스틸컷

#<우리집>

은지: <우리집>과 <콩나물> 두 작품 모두 아이들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아요.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그래서 <우리집>이 <콩나물>의 연장선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윤가은 감독님 영화에는 밥 먹는 장면이 꼭 들어가는데, 그게 주가 된 게 <우리집>인 것 같아요. 밥을 먹는 게 인간의 필수 행위잖아요. 아무리 사이가 틀어져도 다 함께 맛있는 밥을 먹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요. 그래서 영화에 넣으셨다는 글을 봤어요. 밥을 먹을 땐 서로 온전히 마음을 나누며 즐길 수 있고, 또 밥 먹는 건 특별한 연기 기술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니까요. 

유영: 하나와 유미가 각자 지키려는 집이 다른 게 인상적이었어요. 

은지: 그런 리뷰를 봤어요. 하나에게는 하우스(house)는 있지만 홈(home)은 없고, 유미에겐 홈(home)은 있지만 하우스(house)는 없다는. 

성혜: 하나가 유미와 유진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어요. 의미 있고 따뜻하고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는 느낌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는 장면이 좋았는데, <우리들>에서 봉숭아 물을 들이는 장면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서 귀엽고 아름다웠어요. 

<우리집> 스틸컷

은지: 마지막에 아이들이 텐트에 누워서 “여기 우리 집이다!”라고 하는 장면이 따뜻하고 좋았어요. 풀샷이 아닌 이상 세 명의 얼굴을 함께 잡기가 어려운데 그 부분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높이에서 한 장면에 잡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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