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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덕후였다
[덕질클럽] ➀윤가은이 그리는 단편의 세계
<손님>, <콩나물>
퍼플레이 / 2023-02-07
#덕질클럽 #시즌3 #윤가은 #첫번째모임 2023.2.2.|윤가은이 그리는 단편의 세계 |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반짝 빛나게 해주니까요. 내가 애정하는 것을 또 다른 이와 공유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색다른 환희를 맛보게 하고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탄생한 [덕질클럽]은 퍼플레이가 시도하는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영화모임입니다. 그 세 번째 ‘덕질’의 대상은 바로 윤가은 감독이에요! 편안한 공간에서 따뜻한 사람들과 나눈 영화, 감독, 배우 이야기를 이곳에 남겨둘게요 :) |
덕질클럽 시즌3 1회차 모임©퍼플레이
#윤가은과 그의 작품을 사랑하게 된 이유
은지: 고3 때 코로나가 터지면서 영화를 몰아보게 됐어요. 윤가은 감독님 작품 중에서도 <우리집>을 먼저 봤는데, 그때 처음으로 독립영화를 접했죠. 덕분에 자기 이야기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면서 윤가은 감독님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예림: 저는 극장에서 <우리들>을 봤는데 정말 감명 깊었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독이 누군지 찾아봤고, 한국영화에 대한 편견도 깨졌죠. 그전까지는 스케일이 큰 영화나 외국의 독립영화를 위주로 봤는데 <우리들> 이후로는 한국영화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됐어요.
송서: 여성 감독 작품 상영회에서 <콩나물>을 봤어요. 그때 윤가은 감독님의 영화를 처음 보게 됐고 완전히 반했죠. 그 후에 <우리들>을 봤고 그때부터 감독님과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손님>
송서: 자경의 복합적인 감정(연민, 공감, 유대감)을 어떻게 그렇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지 놀라웠어요. 그 부분이 저에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예림: <콩나물>보다는 러프한 진행이 눈에 띄면서도 어린 존재를 영화에 잘 담아내신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어린 존재란 뭘까 생각하게 됐어요. 자경이도 아직 어린데 나루와 기림이는 그보다 더 어리잖아요. 아빠에 의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자경이 어린 남매에게 폭력을 가하고, 또 오빠가 여동생에게 폭력을 가하죠. 폭력의 물결을 어린 존재들을 통해 잘 보여준 것 같아요. 그런데 치유는 반대 방향에서 이뤄져요. 자경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가장 어린 존재인 기림이잖아요. 자경이가 남매의 집에 들어갈 땐 화가 잔뜩 난 상태였지만 나올 땐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자경이의 운동화 속에 들어있던 나루의 장난감이 자경이에게는 자국으로 남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 모든 게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은지: 초반에 자경의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도 많이 흔들리는데 아이들을 만난 후에는 자경의 감정도 정리가 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걸 카메라 움직임으로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유영: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저의 십대가 떠올라요. 인물이나 연출이 거칠게 표현되는데 옛날에도 좋았고 지금도 좋아요. 거친 표현방식이나 스토리 흐름이, 자국을 많이 남기는 영화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손님> 스틸컷
은지: 두 장면을 꼽고 싶어요. 기림이 자경의 이마를 만지는 장면은 서로를 보듬어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자경이 두 남매에게 ‘모르는 사람에게는 문 열어주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집을 지키지 못했지만 너희들은 지켜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죠.
예림: 자경이 때문에 흘린 오렌지 주스를 나루가 걸레로 닦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자경이도 화는 났지만 민망한 상황이잖아요. 도와주기도 그렇고, 미안한 감정도 들었을 테고. 그게 어떤 변화의 기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송서: 나루의 받아쓰기 공책에 자경이가 사인을 해주는 장면이요. 아이들을 위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사인을 엉터리로 하잖아요. 거기서 자경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유영: 후에 자경이 그 집을 다시 찾아갈까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때의 감정을 또다시 꺼내야 하니까요.
송서: 레고를 밟아 남게 된 자국처럼 자경의 마음속에 계속 남는 일일 것 같아요.
은지: 그래도 한 번쯤은 찾아가지 않았을까요? 그 레고 조각처럼 발밑에 뭐가 있으면 계속 신경이 쓰이잖아요. 그래서 신발만 봐도 남매가 생각났을 것 같고, 자기가 했던 행동들이 미안해서라도 가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림: 자경은 남매와의 만남 이후에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생각하고 자기 마음속에 성장의 씨앗을 심었을 것 같아요.
#<콩나물>
송서: 처음엔 이 영화를 불안해하면서 봤어요. 택배 아저씨가 등장했을 땐 ‘안 돼!’ 싶었죠. 어린 여자아이가 무사히 집에 들어오는 걸 이 영화에서 처음 본 것 같아요. 기존의 영화와 <콩나물>이 다르다는 걸 그 부분에서 알았죠. 어린 아이를 영화의 주체로 보여준 게 감탄스러웠어요. 모임을 준비하면서 영화를 다시 봤는데, 이번에는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었고 영화의 온기와 따뜻함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어요.
<콩나물> 스틸컷
유영: 김수안 배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게 정말 대단해요.
은지: 우리 사회의 ‘빠름’과 ‘느림’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준 것 같았어요.
예림: 단편영화가 가질 수 있는 완벽함, 수작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울진 않았는데 그게 좋았어요. 마음으로 충분히 울게 하되 눈물을 흘리게 하진 않았죠. 거기서 감독님이 정말 훌륭하시다는 걸 알았어요. 할아버지와 함께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장면 이후에 보리가 하루 동안 지나온 곳들을 차례로 보여주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울 것 같았어요. ‘어떻게 사물로 감동을 주지?’ 싶었죠. 그 장면들에서 영화의 힘을 느꼈어요. 어린이로서의 삶이, 혹은 누군가의 과거가 영화에 묻어있는 느낌이었어요. 영화에 담긴 정성과 숨결이 숭고하게 느껴져서 하나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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