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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덕후였다

[덕질클럽] ③윤가은의 취향과 기억들

『호호호: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퍼플레이 / 2023-02-22


#덕질클럽 #시즌3 #윤가은 #세번째모임 
2023.2.16.|윤가은의 취향과 기억들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반짝 빛나게 해주니까요. 내가 애정하는 것을 또 다른 이와 공유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색다른 환희를 맛보게 하고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탄생한 [덕질클럽]은 퍼플레이가 시도하는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영화모임입니다. 그 세 번째 ‘덕질’의 대상은 바로 윤가은 감독이에요! 편안한 공간에서 안전한 사람들과 나누는 영화, 감독, 배우 이야기를 이곳에 남겨둘게요 :)

덕질클럽 시즌3 3회차 모임 ©퍼플레이

#감상

송서: 책을 읽는 내내 감독님과 내적 친분을 쌓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감독님도 좋아해서 공감됐고, 마음이 가는 표현들도 많았어요. 

예림: 감독님의 영화가 왜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알게 됐어요. 이런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니까 작품도 그럴 수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걸 말하지 못하고 속이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에요. 감독님이 경험하신 것처럼,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있기도 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가 이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진심인 건지 의심하게 되기도 해요. 그것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도 못하는 것 같고요. 영화를 좋아한다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 영화 보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이 두렵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은지: 책을 읽으면서 감독님에게 내적 친밀감을 많이 느꼈어요. 책의 마지막 섹션인 「걸어서 걸어서」가 하이라이트더라고요. 저도 작년에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질문이 생겼는데 그것들이 해결되는 것 같았어요. 현장 일이 너무 좋고 저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았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생겨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이럴 때 윤가은 감독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이 풀렸어요. 내가 했던 고민들을 감독님도 하셨구나 싶었습니다. 

유영: 윤가은 감독님이 너무 모범생이라 재밌었어요. 그래서 깔깔 웃으며 봤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정한 분이라 경이로울 정도였어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걸 책 읽는 내내 한 번도 보지 못했거든요. 이런 분이라 영화에서 그렇게 따뜻한 느낌이 나는구나 싶었습니다. 

푸름: 뭔가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는 예림 님의 말에 공감해요. 감독님도 책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공감이 많이 됐어요. 내가 뭔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할까 봐, 아니면 그것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말하지 못하는데,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면서 살자는 감독님의 말에 덩달아 용기를 얻게 된 것 같아요. 

송서: 뭔가 좋아한다고 했을 때 상대가 ‘그거 좋아하냐’면서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이야기하면 저는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 얘기하는 게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아요. 

푸름: 보통 뭘 좋아하셨나요? 어릴 때 덕질을 하는 편이셨나요? 

송서: 저는 계속 덕질을 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아이돌, 배우, 드라마 등 거의 온 장르를 넓고 얕게 좋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보력에 더 차이가 생기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도 그 정도면 덕질이라고 생각해요. 

『호호호: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마음산책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푸름: 「아담문방구 아저씨」 좋았어요. 주변에 이렇게 좋은 어른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웠고요. 이 섹션을 읽으면서 <우리들>의 문방구 신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예림: 저는 「마트에 가고 싶어요」를 읽으면서 <우리집>의 마트 장면이 떠올랐어요. 

은지: 좋았던 부분들을 접어놨어요.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날에는」, 「마트에 가고 싶어요」, 「난 슬플 때 별자리를 봐」 등등. Part 3(오직 걷기 위해서)은 거의 다 접어놨어요. 「걸어서 걸어서」도 좋았고요. 

푸름: 「여름병」도 좋았어요. 감독님 영화의 배경은 왜 전부 여름일까 궁금했는데 그 답을 알게 됐죠. 그런데 이제 한국의 여름은 영화에 나오는 여름과는 다르잖아요. 아름다운 여름은 허상이 된 것 같아요. (웃음) 막상 여름이 되면 너무 덥고 습해서 힘들죠. 

예림: 영화 속의 여름이 정말 한여름인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건지, 실제 촬영 당시의 계절이 궁금해요.

푸름: 책 읽어보면 태풍이 올 때였다고 하니까 한여름에서 끝물로 가는 시기 아니었을까요? 「여름병」에서 좋았던 문장이 있어요. “여름이야말로 진짜 아이들을 위한 계절이라는 것을. 아이들이야말로 여름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즐길 줄 알았다. 여름이 오면 아이들은 땀이 나든 말든 가벼운 옷차림을 날개 삼아 어디든 자유롭게 누비고 다녔다.” 어렸을 땐 여름에 정말 땀 뻘뻘 흘려가며 놀았잖아요. 분수대에서 물 맞으며 놀고. 

예림: 어떤 계절 좋아하세요?

푸름: 저는 봄과 여름을 좋아하는데 이제 여름은 너무 힘들어서 마냥 좋아하지 못하게 됐어요. 마스크를 쓰니까 여름이 되면 숨 막히는 느낌이 들고요. 

유영: 근데 여름 좋아요. 

푸름: 여름밤 너무 좋죠. 

예림: 저는 시골에 살아서 여름에 대한 기억이 많아요. 

은지: 소신발언을 하자면, 저는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해요. 겨울에 추억이 더 많아서. 어렸을 때는 추운 동유럽 슬로바키아에 살았어요. 그래서 여름도 한국보다 시원해서 좋았어요. 

푸름: 슬로바키아에는 어렸을 때 가신 거예요?

은지: 초등학교를 거기서 다 보냈어요.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한국 들어왔는데 그때 제 상황이 <우리들>과 너무 똑같아서 영화 보면서 생각 많이 났어요. 제가 지아의 입장이었죠. 

덕질클럽 시즌3 3회차 모임 ©퍼플레이

#기억에 남는 문장 

은지: 「걸어서 걸어서」에서 이 문장이 좋았어요.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끝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겠지.”

예림: “인생의 크고 작은 변화 앞에서 나처럼 깊은 막막함이나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지”라는 문장이 너무 공감됐어요. “자신의 가장 깊고 아득한 마음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새 공책을 샀다」)이라는 문장도 좋았고요. 그리고 “‘구매하는’ 것과 ‘구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수집엔 취미도 소질도 없지만」)이라는 말도 와 닿았어요. 예전에는 물건 사는 게 참 재밌는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으로만 구매하다 보니까 그 재미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물론 택배를 받을 땐 설레지만 금방 허무해지고요. 소비도 너무 쉬워지다 보니 무엇을 골라야 한다는 게 즐겁지 않고 스트레스예요. 시간 잡아먹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무언가를 살 때 나에게 대보기도 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런 과정이 다 사라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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