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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덕후였다

[덕질클럽] ➀이경미가 그리는 단편의 세계

<잘돼가? 무엇이든> <페르소나: 러브 세트>

퍼플레이 / 2022-04-18


#덕질클럽_이경미 
2022.4.12.|➀이경미가 그리는 단편의 세계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반짝 빛나게 해주니까요. 내가 애정하는 것을 또 다른 이와 공유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색다른 환희를 맛보게 하고요.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라는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세상은 구하지 못해도 나는 구한다고 굳게 믿”어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탄생한 [덕질클럽]은 퍼플레이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영화모임입니다. 그 첫 번째 ‘덕질’의 대상은 바로 이경미 감독이에요! 편안한 공간에서 안전한 사람들과 나누는 영화, 감독, 배우 이야기를 이곳에 남겨둘게요 :)

덕질클럽 1회차 모임 ©퍼플레이

#이경미 감독을 사랑하는 이유 

지민: 이경미 감독님을 보면 제가 좋아져요. 

리사: 그전에는 사실 감독님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기존에 봤던 다른 영화들과 이경미 감독님의 영화는 색깔이 다르더라고요. 특히 <보건교사 안은영>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죠. 덕분에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계기가 됐어요. 

무키메이(무명): 감독님의 여성 캐릭터가 재밌어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들에 서사가 부여되는 것도 좋고요. 감독님이 쓰신 에세이(『잘돼가? 무엇이든』)를 읽고 나서는 ‘저렇게 영화를 잘 만드는 분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좋아하게 됐어요. 실제로 한 번 만나 뵙고 싶은 팬심에 모임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나무: 감독님의 대사들을 좋아해요. 인간관계나 삶을 밝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통쾌하고 재밌고요.

<비밀은 없다> 촬영 현장에서의 이경미 감독 ©다음

노랑: <비밀은 없다>를 보고 감독님을 좋아하게 됐어요. 인물 간의 관계와 대사가 마음에 박혔거든요. 감독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 자체가 너무 좋으셔서 그 후로 영화도 더 좋아졌어요.

하늘: 최애 감독이 이경미 감독님이고, 최애 영화가 <비밀은 없다>예요. 비일상적이고 톡톡 튀는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정체성과 서사를 효과적으로 풀어내시는 것 같아요.

가람: <미쓰 홍당무>를 좋아해요. 여성 캐릭터의 욕망이 뚜렷하고 확실하잖아요.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납득이 되는 게 좋아요.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고, 감독님을 좋아하는 분들은 어떤 분일지 궁금했어요.

#<잘돼가? 무엇이든>

하늘: 이경미 월드라는 말이 있잖아요. 보통의 작품들에선 신경질적인 여자를 잘 다루지 않는데 저는 그런(신경질적인) 편이라 감독님 캐릭터를 좋아해요. 극 중에서 지영이 (희진을 향해) “재수 없어”라고 하잖아요. 짜증이 가득 서려 있는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좋아요. 

나무: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영화 안에 가득 담아 넣은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보다 더 날 것으로 느껴졌고요. 이게 이경미 감독님의 세상이구나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소리를 남다르게 쓰시는 것 같았어요. 

지민: 내가 몰랐던 이경미 감독의 무언가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이게 이경미 월드의 시작이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지금껏 좋아해 왔던 감독님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사람의 추한 감정을 잘 보여주는 것 같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을 따뜻하게 풀어낸 것 같아요. 영화 내용 자체는 따뜻하지 않은데 캐릭터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끝나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잘돼가? 무엇이든> 스틸컷 ©퍼플레이

리사: 지영과 희진이 지금 2~30대 여성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봐도 생경하지 않고 공감이 되는 매력적인 이야기와 인물인 것 같아요. 이경미 감독이 이 안에 있구나 싶었죠. 신선하고 더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무명: 영화를 보면서 서울 사투리를 체감했어요. 가사가 나오는 음악은 지금 들어도 제 취향이었고요. ‘브로콜리 너마저’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인물들 간의 긴장감이 높으면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게 느껴졌어요. 지금 봐도 참 좋아요.

노랑: 캐릭터들이 비일상적인 대사를 하긴 하는데 인물 자체는 일상적인 인물들이었던 것 같아요.

무명: 지영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칼을 품잖아요. 그런데 여기저기 (다른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베인 것 같더라고요.

지민: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어요. 그 장면을 보고 칼을 품고 살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사: 지영과 희진은 교집합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서로를 알아가면서 자신도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연대해가는 접점이 뭉클하기도 하고,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살아가던 둘이 서로 의지하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지민: 감독님이 원래 희망적인 결말을 내지 않으려 했는데 태교하듯 행복한 결말을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누굴 죽일 듯이 싫어하는 마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으셨다고 해요. 

나무: 지영이 칼을 품는 장면을 보고 장르가 바뀌나 싶었어요. 이제 (핏빛 복수가) 시작되는구나(웃음).

<잘돼가? 무엇이든> 스틸컷 ©퍼플레이

하늘: 희진은 오히려 일상적이지 않은 인물 같았어요. 큰일이 났는데도 태연하게 대처하잖아요. 자기 짐도 다 불탔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고요. 갈 곳 없는데도 “저 갈게요~” 그러고. 희진이가 사회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단단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반면에 지영은 흔들리는 게 보였고요. 결말이 대놓고 말해주진 않지만 지영이 희진을 자기 집에 데려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유리멘탈처럼 보이는 사람이 도와주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유리멘탈과 기 센 캐릭터의 대비가 재밌었죠.

가람: “언니도 요가를 해봐요.” 그 대사를 듣고 희진이 정말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어요(웃음).

하늘: 희진은 <미쓰 홍당무>의 황우슬혜 캐릭터 같기도 해요.

무명: 희진이 공능제(공감 능력 제로)인 것 같지만 고도의 전략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리사: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설정하고 살아가는 사람 아닌가 싶어요.

나무: 이 영화가 이경미 월드라고 느껴졌던 건, 질투나 추한 감정들을 끌어낸 영화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더 과장해서 표현한 부분도 있구나 싶고요.

#<페르소나: 러브 세트>

하늘: 여성들의 욕망을 다루고 싶다는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영화를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긴 했는데 좀 아쉬웠어요. 성적 욕망을 얘기할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메일 게이즈(male gaze)처럼 남성의 시선에서 기인한 것이 있잖아요. 운동하는 여성의 몸을 클로즈업하는 것처럼요. 여성의 몸을 우리가 야하게 보는 걸까 야하게 담은 걸까 혼란스러웠어요. 여성의 욕망을 다루는 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러브 세트>도 그런 점에 있어서 성공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민: 여러분의 감상이 저도 궁금했어요. 처음 봤을 때 느낀 불편함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그 시선이 남성의 시선인 것만이 아니라 여성의 시선도 될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자 했던 것 같기도 해요. 

무명: 시각적인 이미지를 자극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아이유 님 정말 예쁘다’ 감탄하면서 넋을 놓고 봤는데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금기시되는 것들을 건강하게 표현한 것 같았어요. 테니스를 치면서 내는 과한 소리가 관계하면서 내는 듯한 소리처럼 느껴졌고, 그런 것들을 일부러 건드려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끈적거려서 좋았어요. 공 튀기는 소리, 테니스 치는 소리, 손가락이 스치는 장면 등등. 두나가 아이유의 마음을 알고 있는데 귀엽게 봐준 느낌이었고 ‘네 마음 아니까 여기까지 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페르소나: 러브 세트> 스틸컷 ©넷플릭스

나무: ‘왜 이렇게 (연출했을까)?’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어요. 대사도 아쉽고요. 이경미 감독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는데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죠.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니 이것도 내 색안경이었나 싶어요. 영화를 보는 내 시선이 왜 바뀌었을까 생각해보니 사실 잘 모르겠는데 처음에는 퀴어 코드도 전혀 생각을 못 했거든요. 순수한 여자아이로 아이유를 보셨구나 싶었고 영화를 보니 퍼즐 맞춰지듯 맞춰지는 게 있었어요. 

노랑: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세 번의 감상이 다 달라요. 첫 번째엔 영화를 보기 힘들었고 두 번째는 또 다르게 보이는 게 있었어요. 세 번째는 나에겐 역시나 아니다. 제가 아이유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아이유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시선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커요. 배두나는 섹시해 보이는데 아이유는 왜 야하게 보이지? 감독님이 이런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건가 궁금했어요. 

하늘: <미쓰 홍당무> 속 여고생들은 현실적인 반면, 기존의 미디어에서 그리는 학생들은 대부분 전형적이잖아요. 그런데 <러브 세트>에서도 딸이 아빠에게 매달리거나 질질 끌리는 다리를 보여줘서 불편했어요. “쟤 꼬셔주면 내가 사귀어줄게”라고 하는 아이유를 통해서도 왜곡된 여성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요. 아이유 캐릭터가 이상하게 쓰인 것 같아요. 짧은 치마, 딱 달라붙는 니트 등 이런 작은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무명: 여성의 몸을 클로즈업하는 시선이 노골적이고 불편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런 시선을 포착하는 걸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미 감독이 그런 논란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몸에 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페르소나: 러브 세트> 스틸컷 ©넷플릭스

노랑: 대중매체는 대중이 어떻게 읽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대중이 그렇게 읽었다면 잘못 표현된 게 아닌가 싶어요. 

리사: 아빠와 연결되는 장면처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두를 깨물어 먹는 장면이나 아빠에게 엉겨 붙는 장면, 무릎에 피를 철철 흘리는 장면 등은 극단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과도하게 연출한 것 같기도 하고요.

나무: 감독님은 이런 반응을 다 예상하고 찍으셨을 것 같아요. 전형적인 샷, 구도, 시선을 일부러 보여준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거의 소리 위주로만 연출한 것 같고요. 

하늘: 우리가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들의 내용처럼, 그런 이슈들을 가시화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감독님이 이런 과한 연출을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지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는 매력적이었어요. 엄청난 욕망과 감정을 지닌 인물들이잖아요. 패기가 넘치고 분노도 많고 감정적이고요. 어린 여자와 이미 모든 과정을 거친 성숙하고 멋진 여성이라는 캐릭터 간의 케미도 좋았어요. 

무명: 여성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점에 공감해요. 전형적인 판타지에 대한 그릇된 시선에 ‘그건 잘못됐어’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죠. 아이유에 대한 이미지를 극복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하자는 마음을 먹은 것 같기도 하고요. 

나무: 감독님이 어떤 식으로 디렉팅을 하셨을까 궁금해요. 영화에서 남성들은 감정이 거의 배제돼있잖아요. (두나와 아이유가 치는) 공을 따라 고개만 왔다 갔다 할 뿐이고요. 

<페르소나: 러브 세트> 스틸컷 ©넷플릭스

노랑: 두나와 아이유가 너무 아름답게 나와요. 감독님이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리사: (사회적인 시선에서) 의도적으로 탈피하고 싶어 하는 분 같아요. 남이 뭘 말하건 상관 없어. 그건 그거고 나는 나야. 난 이걸 원해.

지민: 이경미 감독님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어요. 어느 정도 갇혀있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런 식으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깨닫게 해준 것 같아요.

가람: 오히려 이경미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영화 아니었나 싶어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고, 레즈비언의 섹스 같기도 했고요. 이경미 감독님답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감독님의 속을 아주 깊게 파면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건가 싶었어요.

노랑: 덕질을 유발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경미 감독님이 그런 것 같아요. 계속 ‘이건 뭐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해요.

리사: 영화 속 대사와 서사가 실제적이고 내 삶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와 가깝게 느껴지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할 수 있게 해요. 

덕질클럽 1회차 모임 ©퍼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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