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퍼플레이가 만난 사람들

내겐 숙제였던 엄마, 영화를 통해 풀어나가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못, 함께하는> 이나연 감독

퍼플레이 / 2020-02-27


#세상을_바꾸는_여자들
2020.2.15|이나연 감독을 만나다  
이나연 감독 필모그래피
2018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연출 
           <작은 빛> 제작
2017  <쓰리룸> 연출
2016  <여름밤> 조연출 
           <못, 함께하는> 연출
2009  <작용, 반작용> 연출 

이나연 감독 ©퍼플레이

엄마. 두 글자만으로도 울컥하고 만다. 때로는 그리움을 때로는 회한을 때로는 애증을 느끼게 하는 존재. 수백 개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를 우리는 있는 힘껏 사랑하지도, 죽을 힘을 다해 미워하지도 못한다.

“나에겐 엄마가 가장 큰 숙제였다”는 이나연 감독은 영화를 통해 그 숙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못, 함께하는>(2016)과 극영화 <쓰리룸>(2017),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2018) 등을 연출하며 꾸준히 가족 이야기를 해오고 있는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엄마와 가족에 대한 해묵은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 이 감독에게 가족 얘기는 오랫동안 터부였고 감추고 살아야만 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힘들었던 10대를 지나 자신만의 언어를 갖게 된 후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가 된 그는 흔들리지 않고 영화에 가족들을 녹여냈다.

그 첫 번째 작품인 <못, 함께하는>은 딸이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같은 영화다. 어떻게 해도 잘 빠지지 않는 못처럼 엄마는 가족에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새겨졌다. 딸은 엄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그것이 흘러넘쳐 영화로 만들어졌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에선 세 남매가 엄마와 함께 살았던 낡은 집에 모여 엄마의 헌 옷을 입고 김장을 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엄마를 기억하는 삼남매를 보고 있노라면 얼핏 감독의 세 자매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감독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나에게 중요했던 것들이 우리로 확대되는 경험을 했다”며 앞으로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도 공통된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와 함께 그가 걸어온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컷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볼까 해요. 처음에 제목을 보고 아프리카에 관한 영화인가 싶었어요.
제목으로 (사람들을) 많이 낚았어요(웃음). 기억에 남을 만한 제목을 지으려고 신경 쓰는 편이에요. 영화에서 막내 지윤이가 김장하면서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엄마도 거기서 김치를 먹고 있을까?”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제목으로 가져오면 재밌겠다 싶었고 영화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떨어져 살아도 거기에 사랑이 자랄까?’라는 질문, 즉 저한테서 시작된 질문에서 짓게 된 제목이에요.

-김장을 통해 이야기를 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가족들이 모이고 엄마의 빈 자리를 떠올리기에 가장 좋은 행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20살부터 자취를 해서 김장할 일도 없고 김장 김치 먹을 일도 없었어요. 직접 김장을 해보고 싶다는 빌미로 영화를 찍은 것도 있죠(웃음). 함께 영화를 찍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영화 만들었던 때가 그립다면서 작년에 저희 집에서 같이 김장을 하기도 했어요.

-감독님의 집에서 영화를 촬영했다고요.
영화에 공사장 사운드가 계속 들어가는데, 제가 사는 동네가 재개발지라 실제로 매일 그 소리를 들으면서 생활했어요. 저희 동네에 멋진 건물들이 많았는데 다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생기는 걸 봐야 했죠.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지금 사는 집이 제가 자취하면서 처음으로 애정을 준 집이에요. 옛날 한옥처럼 생겼고 마당이 있는 집이죠. 전에 노부부가 사셨는데, 이 집을 어떻게 가꿔왔는지 알 수 있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요. 이 집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 배경으로 선택했죠.

이나연 감독 ©퍼플레이

-지혜, 지윤, 지훈 세 남매의 케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세 배우의 연기 합이 좋아 마치 ‘현실 남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특히 지혜는 장녀 스웩이 철철 넘치더라고요. 세 명의 캐릭터를 구상할 때 성격이나 말투 등 디테일하게 설정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지혜는 무뚝뚝하기도 하고 장녀이다 보니 동생들을 이끌어야 하죠. 그래서 대리 엄마로서 역할을 해왔던 게 성격에서 보였으면 했어요. 그리고 막내는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있더라고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포용력을 발휘하기도 하고요. 유일한 남자 형제인 지훈이는 배우의 성격을 많이 반영했죠. 원래는 영화 안에서까지 남자의 무뚝뚝한 성격을 보는 게 지겨워서 성숙하고 유들유들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지훈 같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더 현실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엄마와 세 남매가 마당에서 춤추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갑작스러운 엄마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신명 나는 춤사위에 흥이 났고,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뭉클하고 짠한 느낌이 들었죠. 이 장면을 통해 감독님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못, 함께하는>을 만들고 나서 엄마를 6~7년 만에 만났는데 걱정되더라고요. 엄청 어색할 것 같았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고속버스에서 내린 뒤 엄마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어떤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 무언가를 많이 나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떤 관계에서 벽을 허무는 게 꼭 언어만 도구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영화에서 춤추는 장면 전에 삼남매에게 엄마의 편지가 도착하잖아요. 그들이 각자 엄마에게 어떤 식으로 답장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스틸컷

-지윤과 지훈은 엄마와 함께 아프리카 춤을 추지만 지혜는 멈칫한 뒤 혼자 플라멩코를 춰요. 이를 통해서도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딸이 마음으로나 머리로나 엄마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해는 되지만 용서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어서 괴로운 부분이 있죠. 가장 닮기 싫은 사람이기도 한데 어느새 엄마의 많은 것들을 닮아있기도 하고요. 그런 게 모녀 관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를 마주했을 때 그리운 감정뿐만 아니라 쉽사리 풀어지지 못한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폐허 속에서 자란 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지혜와 지윤은 폐허 속에서 꽃이 저절로 자라난 줄 알았지만 누군가 키우던 꽃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죠. 이 장면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영화 찍기 전에는 ‘나 혼자서 되게 잘 컸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사실은 내가 혼자서 큰 게 아니라는 걸 알았고,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족 내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돌아볼 수 있었죠. 혼자서 자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절로 자란 것 같아도 누군가가 돌보고 있었고 본인은 인지하지 못해도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못 함께하는>

이나연 감독 ©퍼플레이

-<못, 함께하는>은 제목이 참 의미심장해요. 못과 함께한다는 의미도 되고, 누군가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죠. 여기서 못은 실제 못을 뜻하기도 하고, 잘 빠지지 않는 못처럼 지워지지 않는 엄마의 흔적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제목을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족들이 함께 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못 함께하는’이라는 뜻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엄마로 상징되는 ‘못’을 정말 빼고 싶었는데, 또 그걸 버리지 않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제목을 짓게 됐어요.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담감이 컸을 텐데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웃음). 영화제 상영도 생각 못했죠. 그런데 가족 얘기를 영화로 만드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특히 사춘기 때 뭐가 제일 힘들었나 생각해보면 언어가 없었던 것이었어요. 내가 갖고 있는 가족 경험이 공유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족 얘기가 오랫동안 터부였고, 감추고 살아야만 하는 숙제 같은 것이었죠. 그런데 그렇기에 오히려 가족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아니라도 어떻게든 가족 얘기를 했을 것 같아요.

<못, 함께하는> 스틸컷

-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영화는 무겁지 않은 톤으로 진행되죠. 이유가 있을까요?
유머에 대한 강박 같은 게 항상 있는 것 같아요. 내 입장보다는 듣는 사람을 고려하고요. 제가 여성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게 꼭 좋은 걸까?’ ‘내가 쓸데없는 배려를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앞으론 너무 씩씩하지 않으려고요. 옛날에는 제가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하면서도 상대가 심적 부담을 느낄까 봐 유머러스하게 말하려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면서 울어도 되고 버벅대거나 말문이 막혀도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담을 이제 버리려고요. 이게 제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론 너무 애쓰지 않으려고 해요.

-“영화 공개 후 어머니와 연락하기 시작하고, 가족과 소통을 하게 된 시작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그 소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어오고는 있지만 그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저희가 친해지거나 한 건 아니에요. 여전히 싸우기도 하는데 연락은 계속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전주 내려가서 엄마 생일파티도 했죠. (지금도 가족 분들이 각자 떨어져서 살고 있는 건가요?) 네. 근데 이제는 각자 자기들만의 가족을 꾸리고 있어요.

이나연 감독 ©퍼플레이

-아무래도 자전적 다큐멘터리다보니 영화를 통해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모습을을 새롭게 발견하셨을 것 같기도 해요.
동생한테 잔소리하는 장면을 볼 때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제가 나름 쿨하고 멋진, 친구 같은 언니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꼰대 같고 아빠랑 비슷한 면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객관화가 안 됐던 거죠. 그래서 그 장면은 지금도 보기가 힘들어요. 너무 괴롭고, 동생한테 미안해요. 그런데 어느새 또 동생한테 잔소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웃음)….

-동생 분에게 잔소리하는 모습이 <아프리카에도 배추는 자라나>에서 지혜가 지윤이에게 잔소리하는 장면과 겹쳐 보이더라고요. 지혜에게 감독님의 성격도 투영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가장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영화 본 친구들이 지혜를 연기한 신지이 배우에게 ‘너 이나연 연기 되게 잘한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됐어요. 배우에게 ‘나를 흉내내줘’라고 디렉팅하진 않았지만 그도 저를 보면서 관찰했겠죠. 

엄마와 가족을
영화에 녹여내다


-감독님 영화에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나 그리움 등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어머니 혹은 가족에 대한 해묵은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같아요. 사실은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들도 많아서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없었어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얘기만 했죠. 여전히 엄마를 만나 어느 시절의 얘기를 하다 보면 울컥하기도 하고 화도 나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엄마를 평생 용서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악몽을 꿀 정도로 엄마와의 관계가 큰 산이었는데 영화를 마무리한 후엔 엄마한테 연락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선물처럼 따라온 결과였던 것 같아요.

-<못, 함께하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를 비롯해 제작에 참여한 <작은 빛>까지, 영화를 통해 꾸준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고 계신데요. 가족영화에 갇히게 되는 건 아닐까 고민한 적은 없었나요?
맞아요. 염증 같은 게 항상 있어요. 너무 나의 세계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라는 의문도 들고요. 그런데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를 만든 후에 가족영화는 할 만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련한 마음도 들었죠. 다음 작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페미니즘을 통해 나에게 중요했던 것들이 우리로 확대되는 경험을 했거든요. 그래서 사적인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공통된 경험을 얘기하고 싶어요.

이나연 감독 ©퍼플레이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생각해둔 게 있나요?
아이디어 단계로만 갖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2~3년 전부터 쓰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 쓰고 있죠. 그래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웃음). 옛날부터 영화과 여학생들 얘기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여성 창작자들이 어떤 것들과 부딪혀야 하는지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죠. 요즘 들어서 여성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생각하게 돼요. 작년에 본 <우먼 인 할리우드>라는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가왔던 문장이 있어요. “미디어에서 자기 이야기가 재현되지 않으면 수치심을 느낀다”는 말이었죠. 그게 제가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삶의 많은 것들이 바뀐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성폭력 생존자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못, 함께하는>이 여성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고 여러 여성영화제에 초대됐었어요. 그런데 의문이 들었었죠. 페미니즘을 전면으로 얘기하는 영화도 아니고, 그땐 페미니즘이 뭔지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에 대한 부채감을 느끼고 페미니즘을 공부해야겠다 싶었죠. 저희 학교의 주진숙 교수님(지금은 은퇴 후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일하고 계시지만)이 수업시간에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었어요. 페미니즘과 영화를 함께 묶어 손희정, 조혜영 강사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주시고요. 교수님이랑 페미니즘 스터디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당시에는 너무 어렵고 소화가 안 됐던 것들이 지금은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해요.
학창시절엔 꿈이 없었어요. 뭔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자체를 버리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10대였던 것 같아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나의 문제로 치환하는 때이기도 하고요. 언어가 없으니까 혼자 많이 고립돼 있었어요. 그래서 꿈을 못 갖고 있다가 고등학생 때 우연한 기회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좋은 평가도 받고 관객도 만나게 됐죠. 그 후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죽기 전에 꼭 만들어보고 싶은 영화, 구현해내고 싶은 여성 캐릭터가 있다면요.
죽기 전에 꼭 성폭력 생존자와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여자 캐릭터들이 좋아요. <영 어덜트>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맡은 캐릭터가 정말 좋았어요. 또 작년에 <시카고>를 봤는데 여자들이 살인을 해도 죄책감 없이 당당한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장르영화에서 피해자로 나오거나 욕망의 대상으로만 그려지는 여자 캐릭터만 보다가 그런 걸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이나연 감독 ©퍼플레이

-퍼플레이에서 감독님의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저에겐 엄마가 가장 큰 숙제였어요. 그걸 제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보고 싶다면 퍼플레이에서 플레이해주세요!

-퍼플레이에서 서비스하는 영화 중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이소정, 배꽃나래 감독의 <트러스트 폴>이요. 그들의 차기작도 퍼플레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성이 영화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자기만의 언어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실험을 하는 것은 더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두 사람이 이 작품에서 그걸 해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실험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고 함께 봐줬으면 좋겠어요.

-퍼플레이에 바라는 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퍼플레이에서 하는 것들이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제 아니면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감독들에게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플랫폼이 생긴 게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여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 여자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을 많이 상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찍은 <실>이라는 단편 영화의 편집을 거의 마무리했고, 배급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폭력 생존자에 대한 영화를 올해는 진짜 찍고 싶어요.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 마음을 함께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저에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블로그 공유 URL 공유

PURZOOMER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여성 그리고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냅니다.

[email protected]


관련 영화 보기


INTERVIEW

퍼플레이 서비스 이용약관
read error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
read error

Hello, Staff.

 Search

 Newsletter

광고 및 제휴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