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읽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한 세계가 만들어졌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퍼플레이 / 2023-09-06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 김아현|2023|다큐멘터리|한국|79분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스틸컷

‘좋아하는 마음’이란 뭘까. 때로 이것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나를 데려간다.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권하정, 김아현, 2023)는 그 마음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유명인이 된 가수 이승윤이 무명이었던 2018년, 권하정 감독은 우연히 그의 노래를 듣고 큰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2년 뒤,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해준, 저 멀리 밀어두었던 꿈에 대한 욕망을 다시 꿈틀거리게 해준 ‘내 가수’와 무어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감독은 뮤직비디오 제작을 제안한다. (그는 의지와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이승윤의 노래 ‘무명성 지구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USB에 담아 전달한다.) 진심을 알아본 이승윤은 감사와 기쁨을 담아 제안을 수락하고, 그렇게 ‘듣보인간’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 세 사람은 큰 기대와 부푼 마음을 안고 작업에 돌입한다. 가수 미팅, 뮤직비디오 컨셉 설정, 의상 및 소품 준비, 촬영감독 섭외, 세트장 설치 등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나가야 하는 그 과정은 물론 순탄하지 않았다. 여러 지점에서 난항을 겪었고 자신감을 잃어 작아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불안하고 서툴러 좌절할 때도 많았지만 늘 그랬듯 우리대로, 우리답게 한발 나아”간 그들은 결국 멋지게 해낸다. (유튜브에 ‘영웅 수집가 뮤직비디오’를 검색하면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떻게 그 마음만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감독 역시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그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의 권하정에게 이승윤의 노래, 가사가 닿았다. 그 타이밍이 맞았던 것 아닐까. 이것 때문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달려오지 않았나 싶다.” 

끌리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나’의 모습일 것이라는 감독의 말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모두가 꿈꾸는 삶이지만 쉽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영화에서도 말했듯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한 발짝 내딛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란 것도. 하지만 이것 또한 이제는 안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 어려운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내뿜은 빛은 찬란했다. 그들이 서로 농담처럼 주고받은 “70(세) 돼서 보자”는 말에 괜히 기대를 하게 된다. 긴 시간이 흐른 후 마음과 마음들이 만나 만들어낼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 아름다움을 또다시 엿보고 싶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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