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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레이 밋업데이] 수낫수: 여성퀴어 콘텐츠 제작기
퍼플레이 / 2024-09-19
‘퍼플레이 밋업데이’에서는 여성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경험과 실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그들의 노하우와 꿀팁이 궁금하시다면 ‘퍼플레이 밋업데이’로 오세요! |
[퍼플레이 밋업데이] 수낫수: 여성퀴어 콘텐츠 제작기 -일시: 2024년 9월 8일(일) 오후 2시~4시 -장소: 패스트파이브 합정점 세미나룸 L1층 |
[수낫수 감독] - 여성퀴어 웹드라마 〈여자에게 설레는 편〉, 〈숨이 벅차〉 연출 - 여성퀴어 단편영화 〈찰나: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 연출 - 유튜브 채널 [수낫수 스튜디오] 운영 중 |
<퍼플레이 밋업데이> 수낫수 감독 ⓒ퍼플레이
Q. 제작비가 한정적이다 보니 구인이나 촬영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돈을 더 끌어오기 힘든 경우 소통으로 해결해야 할 때가 많을 것 같다. 대응 노하우가 있다면?
A. ‘열정페이’를 굉장히 경계하는데, 작업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촬영이 계속 지연되면 결국 돈이 든다. 그래서 오늘 촬영분은 무조건 오늘 찍어야 한다. 그런 환경에 익숙한 분들이 많고, 작품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보니 그러려니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너무 착취할 수는 없잖나. 그렇게 되면 연출자 본인도 착취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 못 버틴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콘티를 짤 때 촬영하지 않아도 되는 컷을 미리 짜놓는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할 땐 그 장면들을 생략하고 시간을 확보한다.
Q. <여자에게 설레는 편>(이하 <여설편>)이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면 광고비가 붙을 텐데 그 외에 다른 수입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유튜브 광고비는 1인당 1원 정도로 아주 적다. 그래서 실시간 프리미어(영상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를 추천한다. 그럼 시청해주시는 분들이 후원을 많이 해주신다. 작품이 모두 공개된 후에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페이팔(외국인 분들을 위한) 등 후원 창구를 모두 열어두시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외에는 크라우드 펀딩 정도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Q. <여설편>은 적자가 안 났나?
A. 다행히 얼마 전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웃음) 2년 정도 걸렸다. 현재 거의 1000만 뷰가 나오고 있는데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 작품 같은 경우에는 해외 시청자가 훨씬 많다. 외국인 분들이 슈퍼챗도 쏴주시고 후원도 많이 해주셔서 수익을 좀 더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라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유통해보고 싶다면 해외 시장을 노려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저도 다음 작품은 해외 시청자를 타겟으로 생각하고 있다.
<퍼플레이 밋업데이> 수낫수 감독 ⓒ퍼플레이
Q. 연출, 시나리오 작업에도 관심이 많은데 지금 최대 관심사는 배우다. 감독님께서 배우를 섭외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있나?
A. 처음엔 자유연기를 많이 봤는데 도움이 안 되더라. 그래서 배우분들에게 시나리오를 먼저 드리고 이 감정으로 연기를 해달라고 요청드린다. 그리고 같은 장면이라도 현장에서 바뀌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배우가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받아들이고 미세하게라도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본다.
배우 캐스팅에 관한 부분도 사전 질문으로 들어왔는데, 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썼다. 첫 작품은 인맥도 없고 경험도 없다 보니 필름메이커스에서 배우분들 프로필을 받았다. 그런데 제가 생각한 이미지와 맞는 분이 없었다. 그래도 결국엔 필름메이커스에서 배우 분을 만났는데 다행히 합이 좋았다. 두 번째 작품부터는 필름메이커스에도 올리긴 했지만 트위터에 직접 올려서 사람을 많이 만났다. <여설편> 작업하면서는 팀이 커져서 연출팀에서 캐스팅을 했다. 주연 캐릭터에 맞는 스타일을 정리해서 그것에 맞는 배우를 뽑아달라고 요청드렸다. 그런 식으로 배우들을 추려서 오디션을 봤다.
Q. 유명 배우를 섭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손수현 배우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손 배우는 제가 컨택한 게 아니라 제 작품을 보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저도 깜짝 놀랐다. 작가님도 놀라고. 이건 제가 운이 좋은 케이스인 것 같고, 결국에는 시나리오를 보내드리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저도 일단 시나리오를 보내드리면서 제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어필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의미가 담겨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이 캐릭터에 당신이 정말 잘 맞는다, 우리가 일정을 다 맞추겠다, 제발 같이 해달라” 이런 식으로 사정했다.
Q. 소통 방법도 궁금하다. 잘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A. 연출이 스태프들과 하나하나 소통할 필요가 없다. 어떤 문제가 있다 싶으면 감독님들과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조연출과 PD만큼은 꼭 내 편인 사람을 구하면 좋겠다.
<퍼플레이 밋업데이> 수낫수 감독 ⓒ퍼플레이
Q. 처음에 영상 작업을 재미로 시작했고, 지금은 취미라고도 말씀하셨다. 현재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하셨는데, 단순히 재미라고 하기엔 본격적으로 하고 계시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저는 ‘나’에 대한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시작이 어렵다. 그런데 감독님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는지, 멘탈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드리면, 멘탈이 갈려도 해야만 하는 것은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내 돈을 쓰든, 제작지원을 받았든 간에 주어진 기간 안에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원동력은, 제가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데 영상에선 크게 발현되지 않는 것 같다. 아직은 ‘나는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해낼 때마다 한 단계 성장했다는 식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래서 성장 기준을 ‘나’로 맞췄다. ‘이전 작품에선 생각 못 했던 건데 이제 알게 됐네. 이만큼 성장했구나!’ 이런 식으로.
Q. 재미가 주 원동력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장기적인 목표가 있나?
A. <숨이 벅차> 할 때도 ‘나는 부자인가? 취미라면서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싶었다. 그런데 5년 뒤, 10년 뒤에도 똑같을 것 같다. 좀 버티다가 괜찮아지면 또 작품 들어가고. 이걸 반복할 것 같다. 언젠가 부자가 되면 ‘수낫수 기금’을 만들어서 창작자분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다.
Q. 한국에 퀴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퀴어 콘텐츠를 제작하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처음에는 퀴어가 공감하는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찰나>에선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거나 <숨이 벅차>에서는 커밍아웃을 이야기한다든지 그런 식의 공감 요소를 넣었다. 그리고 검열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검열에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을 넘지 않은 선에서는 자유롭게 만들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Q.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순간이 가장 재밌는지?
A. 작품이 공개되고 난 뒤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 문체부 제작지원을 받으면 사업 기간이 1년인데, 1년 안에 시나리오 완성하고 촬영하고 업로드까지 해야 한다. 물론 업로드까지는 안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 계획은 업로드까지였다. 마지막 편은 공개되기 2시간 전에 편집이 끝났다. 어떻게 보면 되게 초조한 일이잖나. 올렸는데 혹시라도 에러가 뜰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냥 올렸다.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여자에게 설레는 편> 썸네일 ⓒ유튜브 채널 수낫수 스튜디오
Q. 영상 만드실 때 ‘이게 잘 팔릴까? 돈이 될까?’도 고민하시는지?
A.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어차피 유튜브에선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런 장르의 작품이 한국에서도 많이 만들어지고, 좀 더 보편화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이 담긴 게 <여설편> 몰아보기 썸네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려면 자극적으로 뽑아내야 되는 게 있더라. 몇 가지 이미지를 써봤는데 키스하는 썸네일이 최고였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장면도 키스신이다.
Q. 단편영화와 웹드라마의 성격이 다른데 웹드라마가 본인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A.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빨리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잘 맞는 것 같다. 근데 웹드라마 시장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단편영화를 만들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웹드라마를 해야 겠더라. 단편 같은 경우에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깊게 파고드는데, 저는 말이 많다. 이 얘기도 하고 싶고 저 얘기도 하고 싶다. 그런 부분에서 웹드라마가 더 잘 맞는다.
Q. GL이나 로맨스 말고도 다른 장르를 해볼 생각이 있나?
A. 아직까진 GL을 계속하고 싶다.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GL과 BL이 장르적으로는 비슷한데 시장의 크기로 따지자면 BL이 훨씬 크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선 BL도 조금 녹여내 보려고 한다.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퍼플레이 밋업데이> 수낫수 감독 ⓒ퍼플레이
Q. 사업도 하고 계시고, 작품도 꾸준히 하고 계신데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A. 오전, 오후 업무가 다르다. 오전 업무는 루틴하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하는 게 있다. 오후에는 개인 작업을 하는데, 작품 들어가면 밸런스 맞추는 게 어렵다. 지난번 작품에선 밸런스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사업보다는 작품에 집중했는데 개선책은 결국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아침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평일에는 1시간 반 정도 일찍 일어나고, 주말에는 3~4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결국 개인 시간을 내는 게 답이다.
Q. 본업이 있는데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럴 때 주실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A. 영상 만드는 것도 단계가 있잖나. 그걸 아주 작게 쪼개보고, 가장 중요한 걸 추려본 뒤에 하루에 10%만 해보는 거다. 이런 식으로 이어가다 보면 커진다. 그럼 어느 순간 준비가 돼있을 거다. 그때 시간을 제대로 내면 된다. 저도 처음에는 연차 내고 촬영했다. 작가님께 부탁하고, 다른 스태프들에게 부탁하면서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일단 조금씩 해봐라. 처음부터 너무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Q.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A. 『21 만에 시나리오 쓰기』. 시나리오 쓸 때 참고한 책이다. 절판됐지만 중고로 구하실 수 있다. 미국 스타일이라 문법이 있는 형식의 시나리오 책인데 글 처음 쓸 때 도움이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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