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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다

블랙 맘바스: 기회일까 착취일까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블랙 맘바스>

이소연 / 2023-06-01


<블랙 맘바스>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레나 카르베(Lena KARBE)|2022|다큐멘터리|프랑스, 독일|81분 17초

<블랙 맘바스> 스틸컷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밀렵꾼과 투쟁하는 흑인 여성들 혹은 백인들의 궁전을 공고히 하는 단순노동자

블랙 맘바스는 흑인 여성들로만 구성한 밀렵 감시단체다. 그들의 주 업무는 이른바 빅5라고 불리는 코뿔소, 코끼리, 버팔로, 사자, 표범과 같은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집안의 가장이 된 그녀들은 마블 여전사처럼 용맹하다. 그러나 블랙 맘바스의 베일을 한 꺼풀 걷어내자,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비단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단 백인 여행객들의 명소인 ‘크루거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것에 가까웠다. 블랙 맘바스의 업무가 지정된 7km의 국립공원 울타리를 뱅뱅 돌며 밀렵꾼의 침입 흔적을 찾아내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마치 인형 눈 달기와 같은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휴일 없이 21일간 한다. 그들의 고용주는 백인들이었다. 한편 폴 크루거 국립공원은 1980년대까지 지역민인 흑인들은 들어갈 수도 없는 금기 구역이기도 했다. 그래서 흑인 아프리카인들에게 크루거 국립공원은 정부의 체계적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상징물에 가깝다. 자긍심에 반짝반짝 빛나던 그녀들의 눈은 극이 끝에 가까울수록 어두워진다.

궁금증이 떠오른다. 과연 이 업무의 가치가 무엇인지, 이대로 코뿔소 밀렵꾼들이 점점 줄어들면 본인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생계를 위해 밀렵을 할 수밖에 없는 지역민들은 어떻게 됐을지, 블랙 맘바스는 질문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돌연 스토리는 거꾸로 뒤집힌다. 카메라는 이처럼 켜켜이 쌓인 식민의 잔재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는 크루거 국립공원을 담는다. 코뿔소와 코끼리를 보호하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생계는 염려하지 않는 이 공간. 이 세계의 한 부분인 흑인들을 철저히 배제하며 그들의 소유물을 이용해 관광객의 돈을 벌 생각뿐이라고 말한다.

<블랙 맘바스> 스틸컷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그리고 <블랙 맘바스>는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블랙 맘바스는 최정예로 구성된 동물보호 인재들일까, 잘 포장된 단순노동자에 불과할까.”

“블랙 맘바스의 존재는 실업률이 높은 남아공 사회에 내려진 취업의 기회일까, 아니면 단순노동을 식민지화 시킴으로써 백인들만을 위한 궁전을 보호하는 착취일까.”

“여태 철석같이 선이라고 생각했던 자연공원 보호는 혹시 백인의 소유물을 지키고 공고히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기회와 착취, 그 중간 지점에 서있는 블랙 맘바스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린워싱과 같은 교묘한 딜레마에 대해 고민하고 뿌리깊은 식민지 역사가 현재까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 영화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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