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읽다

[씨네펨X퍼플레이] 퍼플프레임 기획전 ①박강아름 특별전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퍼플레이 / 2021-09-08


2021.9.3.[씨네펨X퍼플레이] 퍼플프레임 기획전 
① 박강아름 특별전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박강아름 결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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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 시네마테크 ‘씨네펨’과 퍼플레이가 만났습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영화를 조목조목 들여다보고 이야기 나누는 [퍼플프레임] 기획전을 9월 한 달간 매주 목요일 저녁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진행합니다. 오직 목소리만으로 연결돼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주고받는 영화 토크를 퍼줌에서 만나보세요.  
진행자: 씨네펨 운영진(핑구, 아카, 춘삼)
토커: 박강아름 감독, 김문경 프로듀서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스틸컷

핑구: 저희가 이 자리를 정말 기대하고 고대했어요. 감독님 왜 이제 오신 거예요!

박강아름(이하 아름): 미안해요. 다음에 또 불러줘요. (스페이스라는 걸) 처음 해보는데 뭔가 신문물이에요! 

핑구: 영화 얘기를 해볼게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여성은 예뻐야 한다’는 것에 반기를 드는 작품이라면,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여성이 가부장이 된 모습과 프랑스라는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임신, 출산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시죠. 두 영화가 여성의 인생에 대해 다루는데요. <박강아름 결혼하다> 개봉 이후 소회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름: 좋은 배급사를 만나서 개봉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영화를 만든 건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싶어서인데 일단 만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GV 통해서 피드백을 듣기도 하고, 저는 SNS를 다 찾아보거든요. 여러 분들이 써준 짧은 감상이나 평을 읽으면서 요새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김문경(이하 문문): 저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때 같이 작업하면서 별별 소리를 다 들었던 사람으로서… 아름아 그때 다 기억나지? “학예회 하냐” “여자가 너무 많이 나와. “박강아름만 나와” “여자 감독, 여자 프로듀서 조합” 등등 이런 말들이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감독님이 그때 상처 받으신 부분도 있고. “두 번째 영화는 보란 듯이 큰 영화 할 거야”라고 하셨지만 “이게 너의 시그니처고 사람들이 알아봐줄 거고 너의 팬이 생길 거야”라고 얘기해줬는데 요즘 그런 걸 보면서 너무 행복해요. 박강아름 감독의 팬이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하고 박강아름 자체가 브랜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박강아름처럼 내 얘기 해야지’라는 사람이 많아지면 너무 짜릿할 거 같아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스틸컷

핑구: 이미 저희부터가 팬이 됐어요! <박강아름 결혼하다> 전작인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얘기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무도회’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영화 안에서 감독님이 굉장히 많은 가장을 하시잖아요. 교복을 입거나 재미교포 스타일을 하고 히잡을 쓰고 무슬림 스타일을 하거나 고시생 스타일로 변신하기도 하고요. 가발을 쓰고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긴 머리를 하기도 하고요. 영화를 만드실 때 ‘가장무도회’라는 타이틀을 명확하게 잡고 시작하셨나요? 

아름: 처음 제목은 ‘남자친구 찾아 삼만리’였어요.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애인을 찾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주변에서 다들 애인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애인이 있으려면 예뻐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실험을 하는 차원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된 건데 제목이 ‘남자친구 찾아 삼만리’면 외모 이야기가 너무 가려진다는 피드백을 김문경 PD님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제 이름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PD님이 ‘박강아름의 이야기라는 게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도 될 것 같고 가장무도회가 핵심이니 제목으로 가져오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죠. 

핑구: 박강아름이라는 네 글자가 굉장히 우직하고 강해 보여요. 이름만으로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갖잖아요. 감독님의 이름을 후속작에도 계속 붙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박강아름의 브랜드화! 

아카: 굉장히 자신감이 느껴지잖아요. 

춘삼: PD님은 이 영화를 프로듀싱해야겠다고 결정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문문: 감독을 처음 만난 날 아름이 교복을 입고 왔어요. 촬영 중에 퍼포먼스를 하겠다는 말은 들었는데 교복을 입는 줄은 몰랐어요. 그 때 정성만 씨랑 같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야, 이 바닥 참 어렵다. 평범한 사람이 없다. 우리 이거 끝나면 빨리 도망가자” 그랬거든요. 근데 영화에서 “곧 돌아올게” 하면 그 사람이 제일 먼저 죽잖아요. 정성만과 제가 “야 우리 빨리 도망가자 보통 사람 아니다” 했는데 우리가 그 옆에 남아있게 된 거죠. 결심 같은 건 하지 않았고 정신 차려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요. 그래도 저는 결혼을 하진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중에 한 명은 했어야 하나 봐요(웃음).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스틸컷

#좋았던 장면 

아카: 감독님이 계속 꿋꿋하게 잘 찍어오다 영화 후반부에 나의 못난 모습을 화면에 담는 게 너무 괴로워져서 중단했다고 한 게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여성은 머리카락, 눈, 몸무게, 피부까지 조목조목 평가당하곤 하는데 저도 페미니즘을 접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기기 전까지 친구들과 평가를 숨 쉬듯이 주고받았어요. 이런 경향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더 심해지잖아요. 마치 제2의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걸 강요받듯이 저도 졸업하자마자 파마하고 렌즈를 끼고 화장품을 샀던 것 같아요. 자연인 상태의 나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과거 사진만 보면 감추고 싶은 감정이 불쑥 불쑥 들었단 말이에요. 이 모든 게 코르셋인 걸 알면서도 갈등하면서 꾸몄다 안 꾸몄다 하는데 타인의 기준을 내면화하는 순간 떨칠 수가 없어요. 그 미묘한 감정이 문장 한 줄에 담겨있는 것 같아서 공감되고 씁쓸했어요. 실험 과정들과 삶이 함축돼있는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좋았습니다.

아름: 촬영이 한동안 피곤했어요. 제 몸을 보는 것도 싫고. 이게 뭘까 고민하다가 제 마음을 그런 문장으로 표현했죠. 

춘삼: 저는 엔딩 크레딧 이후에 나온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감독님이 카메라를 보면서 ‘나 여태까지 몰랐는데 체중계 위에 올라갈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올라갔었다’고 말해요. 카메라 무게까지 더해져서 그게 본인의 몸무게라고 생각했던 거잖아요. 저는 그 대사가 너무 천재적으로 느껴졌어요. 카메라라는 게 내가 나를 직접 보는 게 아니라 어떤 시선을 거쳐서 보는 거잖아요. 카메라를 들고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는 걸 깨닫는 게 나도 나를 남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의도하신 대사는 아니지요? 

아름: 정말 순간 발견한 거였어요(웃음). 

핑구: 그런 것마저 영화 같으시네요. 

춘삼: 저는 의미를 함축해서 말하신 건가 싶었어요. 

아름: 아니요. 저는 정말 즉흥으로.

춘삼: 그걸 깨닫게 됐으니 이제 카메라를 들고 체중계 위에 안 올라갈 거잖아요. 그래서 남의 시선과 나를 분리시키는 의미의 엔딩인 걸까 라고 해석했어요. 

핑구: 그 앞에 진지한 말씀을 하시잖아요. ‘내가 알고 보니까 타인을 신경 썼던 것이었다’고. 그리고 갑자기 ‘야, 내가 몰랐는데 카메라를 들고 올라갔더라고!’라고 하세요.  

춘삼: 너무 박강아름스러운 엔딩이었어요. 재밌으면서도 그 안에 묵직함이 담겨있는 듯한. 

핑구: 박강아름의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진중함, 유쾌함까지 함축해서 갖고 있구나. 제가 좋았던 장면은 감독님이 상대방에게 카메라를 들고 있게 하고 ‘사실 이 영화 선배 땜에 찍은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눈빛이 정말 호랑이더라고요. 실제로 그 선배가 앞에 있었던 것 맞죠? 

아름: 맞아요. 당시에 허락 받고 그 선배 얼굴도 찍었어요. 그런데 그 선배 얼굴이 들어가면 너무 그쪽으로 집중이 될 것 같아서 편집 과정에서 뺐죠. 

춘삼: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핑구: 우린 일상에서 가스라이팅이나 맨스플레인을 겪잖아요. 근데 가해자들은 정작 (본인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해자들의 얼굴을 비춰줘야지만 여성이 피해당했다는 걸 사람들이 인식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여성이 피해당했다는 걸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근데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서 좋았던 건 오히려 가해자의 얼굴을 안 보여주고 피해자였던 사람이 ‘오빠가 그러면 안 되죠’라는 대사를 당당하게 하는데 아주 유쾌하고 통쾌했어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스틸컷

핑구: 감독님, PD님은 어느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셨는지 궁금해요. 어떤 장면이 영화를 가장 대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름: 방 안에서 속옷만 입고 사진 찍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그때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서 찍힌 몸무게로 그래프를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제 몸을 찍었거든요. 사적인 공간에서 매일 내 몸을 타인의 시선으로 보려고 했던 그 장면들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문문: 저는 어떤 결심을 하게 만든 장면인 것 같아요. 박강아름 감독이 좁은 자취방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해요. 근데 통화를 어떻게 하냐면 마이크 들고 있던 것 기억하나요? 영화에 사운드가 안 들어갈까 봐 그런 거예요. 계속 애타게 ‘OO아 들려?’라고 하면서 상대방과 통화하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죠. 영화 자체가 누군가를 향해서 마이크를 들고 계속 소통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 자취방도 내가 사는 방 같고, 마이크를 들고 누군가에게 전파를 쏘고 있는 모습도 나의 모습 같고. ‘나는 이 사람과 계속 작업을 해야겠어’라고 결심하게 만드는 모습이었어요.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빵 터진 장면은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이제 됐어’ 그러잖아요. 누가 봐도 너무 이상한데. 영화 속에서 거울이 등장하면 신비롭고 아름답고 그런데 이 영화에선 이 캐릭터가 얼마나 이상하고 괴짜인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실 잘 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래 좋아’ 이러면서 진지하게 컨펌을 해주잖아요. 심지어 앞머리를 거기서 자른 이유는 가격이 2천원이기 때문이었잖아요.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핑구: ‘오늘은 만 오천 원 머리를 했다. 아우, 비싸!’ 이러시더니 막상 이발소에서는 앞머리를 확 잘렸는데 아무 말도 안 하시고. 이 캐릭터 정말 종잡을 수 없다고 느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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