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읽다

[‘우리는 매일매일’ 편지 이벤트] From N, To 짜투리

두 번째 편지

퍼플레이 / 2021-08-12


이 편지는 <우리는 매일매일>의 개봉을 응원하며 퍼플레이에서 진행한 이벤트 ‘From 영영페미 To 영페미’를 통해 도착하였습니다. 관객들이 전해준 소중한 마음들 중 세 개의 이야기를 뽑아 조심스럽게 공개합니다.


#2-1  From N,  To 짜투리

영화를 두 번 봤어요. 지지난해 영화제에서 한 번, 그리고 개봉 이후에 한 번. 처음 볼 때는 왜인지 모르게 자꾸 벅차오는 감정에 뭔가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아서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정작 내가 뭘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이 감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번에야말로 ‘이성적으로 영화를 보리라!’ 굳게 다짐하고 상영관을 찾았는데, 결과는 역시 실패였습니다. 여전히 <우매매>의 언니들은 정신없이 제 머리와 가슴 속을 헤집어 놓으시는군요. 고맙다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모든 분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고 소중했지만, 그 중 짜투리 님을 보며 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지역으로 옮겨 생활한 지 몇 년 되었습니다. ‘다른 삶’을 꿈꾸며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내 삶에 이제 당분간 페미니즘, 여성주의 같은 것은 없다..고 놓아버리기도 했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주 오랫동안 가부장의 질서로 유지되어 온 이 ‘고집스러운’ 동네, 그리고 아주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제가 뭔가 주장하고 바꿔내기란 건 쉽지 않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아버렸습니다. 그보다는 보다 1차원적인 내 삶의 안전과 편안을 위해, 이 동네에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은 얼마간 포기해버려야 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영화 속 짜투리 님을 보며 더 울컥했던 것은 아마 그런 이유였던 것 같아요. 지역에서의 삶과 활동을 동시에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나기도 했어요. 물론 당장에 무얼 어떻게 해보기는 어렵겠지만, 스크린에서 본 짜투리 님, 그리고 다른 모든 분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제 안 어딘가에 남아, 언젠가 제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는 데에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라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역에 사는 여성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 분들과도 이 영화를 꼭 나누고 싶네요.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이 길어졌네요. 여러분들의 삶을 이렇게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히 지내시길.

_서울과 제주사이 산골에서 N

<우리는 매일매일>의 짜투리


#2-2  From 짜투리  To N

아 정말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해지는지요. 이 몰려오는 “알겠는” 감정들... 와르르 쏟아져 흘러들어오는 듯합니다. 일단 정말 열심히 마을 ‘속에서’ “잘” 살아내기를 택하고 열씨미 살아내고 계신 N님께 먼저 박수와 응원 보내드립니다. 진심을 담아서요. 

사실 저는 아주 운이 좋았던 경우입니다. 제주에 내려오기 직전, 대외협력 관계 속 페미니스트 선배님들께서 서울→제주행을 결정한 저를 챙겨주시던 식사자리가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이 회합에 들르셨던 제주 출신의 과선배님(“아니 후배 하나가 제주에 간다고? 누구야? 얼굴이나 보게”)께서 급 반가워하시며 제주 내려가면 당신이 속해 있는 제주여민회에서 회원활동 좀 하라며 다리를 놓아주셨거든요. 게다가 놀랍게도 알고 보니 이 분은 제 남편이 나고 자란 동네의 옆옆집 누나! 이런 대왕 인연이라니!!

근데 막상 당시에 전 좀 부담스러웠답니다. 비록 남편이 제주 출신이긴 하지만 저의 입장에선 온전히 낯선 맨땅에 헤딩하러 가는 거라 일단 밥벌이부터 세팅해야 했구요. 또 사실 전 서울에서 나름 영페미로서 닉네임쓰기와 반말운동의 한중간에 있었던 습이 강했던지라, 아무리 여성단체라 해도 지역 분들인데 어떻게 상호 관계를 맺으시는지 모르겠다 싶어 다소 불안했지요(지역에 대한 편견 한가득!). 뭐 근데 이보다 훨씬 더 큰 불안함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였던지라, 정말로 내려간 지 얼마 안 되어 직접 연락주신 여민회 관계자분(알고 보니 상임대표님^^)께 1년 활동 유예를 약속(?!)하고 나름 열씨미 제주도민+이주민으로서 살았어요. 글구 이 과정에서 다행히도 전 아이 학부모모임을 통해 누구엄마가 아닌 바로 ‘언니-동생’으로 호칭이 넘어가는 제주 식 여성들의 관계 맺기에 제법 익숙해졌네요(제주의 멋찜!). 

드디어 만 1년이 경과한 시점에 다시 감사하게 연락주신 제주여민회 분들과 드디어 만나게 되었어요. 음~ 이렇게 쓰다 보니 정말 페미니스트라는 믿음이 만들어주는 신뢰자본은 진짜 최고다 싶네요. 익명성이 그득한 서울 수도권과는 완전 다르게 제주는 그야말로 작은 지역사회거든요. 출신 동네나 지역에 근간한 인적 사항 파악이 불가한 육지 이주민이었어서 낯설기 짝이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여민회 언니들은 일단 육지에서 딱 하루 잠깐 만난 후 절 소개한 선배 언니의 소개를 오롯이 믿고 1년이나 기다렸다 다시 연락주시면서 저를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신 거니까요. 이에 저도 그간 살아보면서 느낀 제주의 가부장제에 대해 토로하다 보니 그날 새벽 4시까지 질펀한 술자리를 거쳐 바로 훅~ 여민회로 빨려 들어갔지요 ㅎㅎㅎ 

그리고 전 자랑스럽게도! 3년 후 제주여민회 30주년 행사에서 “넝쿨상”을 받았답니다. 넝쿨처럼 육지에서 내려오는 페미니스트들을 여민회로 잘 땡겨온다구요~ㅋㅋㅋ 왜 그랬냐구요? 일단 지역사회에서 페미니스트 정체성으로 살아가다보니 어후~ 한명의 페미라도 아깝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가 제주여민회에 소속되고 믿을만한 최고로 멋진 지역 여성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진짜 이 제주라는 사회를 제대로 배우며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싶거든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처지로 오는 페미들을 이 믿음직한 관계로 초대하고 싶었답니다. 멋진 제주여성들의 역사에 저도 작은 보탬이 되면서 계보 잇기, 역사 쓰기에 동참되는 영광~ 꼭 함께 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말이 길어졌는데요~ 그래서! 제 생각엔 절대로 늦지 않았습니다~ ^^ 분명히 N님의 지역에도 조금만 더 살펴보면 분명히 나같이 신규 이주해온 페미니스트들을 마음 열고 열렬히 기다리는 페미니스트 선수 분들이 계실 거거든요. 생각보다 지역 골골마다 선배+선수 페미니스트들은 많고 많답니다. 내가 살게 된 지역의 페미니스트, 여성 활동가들을 만나고 존경의 마음들이 닿아 다시 연결되기 시작하면! 이제 찐으로 지역 뿌리내림이 완성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꼭 용기내서 접선하시고 기쁘게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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